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교 안보 현안 강화를 통한 국제적인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 달 야스쿠니(靖國) 참배에 대한 각국의 여론 뭇매를 만회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동과 아프리카 순방중인 아베 총리는 9일 첫 방문지인 오만에서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적극적 평화주의에 따라 중동 지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자원 외교를 집단적 자위권과 연계하려는 속내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에서 해상안보와 관련,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카부스 국왕과 뜻을 같이 했다. 자원 수송로인 해상 교통로 안전 확보를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토록 하겠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또 "해양 국가인 양국에 해양의 평화와 안정, 국제법의 존중, 공해 상공에서 비행과 항해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한 견제에도 나섰다.
아베 총리는 오만에 이어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가스전, 석탄광산 등 일본 기업의 자원개발권 확보를 지원하면서 각국에 자신의 안보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기시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장관은 9일 파리에서 열린 일본과 프랑스의 외교ㆍ국방장관(2+2)회의에 참석, 군사전용이 가능한 제품 수출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위원회 신설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프랑스 군수기업이 중국에 무기관련 제품을 수출할 경우 일본이 제동을 걸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일본은 대신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의 일환으로 지부티에 파견된 해상자위대를 프랑스 해군과 합동훈련에 참가시켜 프랑스군의 전력강화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역사학자가 먼저 다루고 다른 국가에도 열린 형태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일본의 전략적인 여론전이 배경이 됐다.
13일부터 예정된 기시 노부오(岸信夫) 외무성 부장관의 방미도 여론환기의 일환이다.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부장관은 일본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부전의 맹세를 위한 의도였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그는 방미기간 지일파 정치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8일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미일국회의원연맹 회장 등 자민당 의원 3명을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미 끝난 일"이라며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기시 부장관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비롯, 워싱턴, 보스턴의 싱크탱크 관계자들과도 만나 아베 총리의 참배 의도를 설명할 예정이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도 17일 미국을 방문,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자 및 미 행정부 책임자를 두루 만나 안보 여론몰이에 나선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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