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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 가련 여배우는 안녕… 제대로 망가져야 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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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 가련 여배우는 안녕… 제대로 망가져야 통하더라

입력
2014.01.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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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야~" "벗어라! 바지, 빤쓰!" 최근 종영된 tvN '응답하라 1994'의 첫회에서 주인공 성나정(고아라)이 쓰레기(정우)에게 내뱉는 말들은 파격 그 자체였다. 곱상한 외모에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여배우 입에서 살벌하고 낯뜨거운 단어들이 술술 나왔다.

배우 고아라는 이 드라마에서 경남 마산 출신의 성나정을 그리기 위해 걸쭉한 사투리는 물론 터프하고 털털한 행동으로 선머슴 캐릭터를 완벽하게 해냈다. 청순한 이미지를 주는 긴 생머리를 싹둑 자르고 부슬부슬하게 파마를 한 단발머리로 말이다. 고아라는 KBS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의 시즌 1, 2에 모두 출연해 여학생 이옥림의 이미지가 컸지만, 이번 역할로 연기력 논란을 한방에 잠재우고 정말 '떴다'.

여배우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것도 다소 과격하고 더 웃기며 게다가 먹는 것까지 밝힌다. 톱스타 전지현도 빼놓을 수 없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그는 가벼운 코믹 연기와 진지한 로맨스로 매회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한다. 9일 방송에선 "나를 도자기, 나무, 강아지라고 하더니… 사람들 사이엔 케미(chemistry의 준말)가 존재하고 난 케미 덩어리야. 한마디로 케미의 여왕. 남자들이 다 넘어온다… 팜므파탈이지"라며 "내 별명이 15초의 요정이야. 15초 뒤에도 내가 도자기, 나무, 강아지면 무 매력인 거 인정할게"라고 도민준(김수현)에게 말한 뒤 두 사람은 15초간 마주한다. 그 뒤엔 김수현과의 달콤한 '15초 기습키스'가 이어지는 것. 이 장면은 순간 시청률 31.3%(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시청자를 전율케 했다. "달달한 모카라떼가 좋다. 모카씨를 숨겨온 문익점 선생님 땡큐"라며 때론 무식하게, "붕붕아~ 오늘 누나하고 한번 달려볼까?"며 때론 코믹하게, "치킨한테도 나 까인거야?"며 때론 과격한 대사 속 실감나는 연기는 극을 활력 있게 만든다.

담배 피우는 법 가르치기, 성희롱 하는 직장 상사 망신주기, 가슴 성형수술 시도하기. 배우 이연희가 MBC '미스코리아'에서 터프하고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다. 극중 여고생이었던 이연희가 친구 김형준(이선균)에게 담배를 대신해 라이터를 입에 물고는 "숨을 깊게 들여 마셨다가 빼는 거야"라며 시범을 보인 장면, '엘리베이터 걸'로 백화점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을 술집으로 불러낸 상사에게 마네킹을 들이밀며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애들이다. 최고지 않느냐"며 호통치는 장면은 여리고 청순한 이미지였던 그의 매력을 180도 바꾼 설정이었다. 특히 미니 원피스를 입고 탁자에 올라가 상사를 혼내는 여장부 모습은 통쾌함을 주었다. 그런 그가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 힘든 고난에 울면서도 "와이키키~"하며 화면 가득 미소를 보내는 건 짠하기까지 하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겠다~"를 연발하는 배우 이수경은 또 어떤가. 한 장면도 빠짐없이 먹는 것에 열중하는 드라마 tvN '식샤를 합시다'는 이수경의 재발견이다. 해물찜, 고등어조림, 샤브샤브, 조개구이 등 팔을 걷어붙이고 손으로 고기를 뜯고, 꽃게를 흡입하는 등 여자들의 폭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는 건 기본이다. 실제로 이수경은 "먹는 신이 많다 보니 위에 탈이 나기도 하지만 먹을 때 만큼은 행복하다"며 진정한 '먹방'(먹는 방송)의 지존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예뻐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망가지더라도 확실하게 연기하는 두둑한 배짱으로 드라마 흥행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연기 잘한다"는 평가는 보너스. MBC 관계자는 "여배우들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다소 경쟁적으로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인다"면서도 "그로 인해 시청자는 즐겁고, 그들은 배우로서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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