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경영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덕목을 챙기는 것,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죠."
한국 공연예술 경영 1세대인 이종덕(79) 충무아트홀 사장이 1963년 문화공보부 문화과 공무원이 되면서 시작된 문화예술 인생 50년을 돌아보며 자전적 에세이 을 냈다. 그는 서울예술단 이사장(1994~1995), 예술의전당 사장(1995~1998), 세종문화회관 사장(1999~2002), 성남아트센터 사장(2004~2010) 등 주요 공연 단체의 대표를 두루 지냈다. 최근에는 3년의 충무아트홀 사장 임기가 1년 연장됐고 KBS교향악단 이사장도 함께 맡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9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이 사장은 "'예술경영'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척박한 시절에 전문성을 갖추고 문화행정과 예술경영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밑바닥부터 닥치는 대로 무대 일을 꾸려 오면서 체험을 통한 나만의 예술경영 철학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전과 긍정, 배려"라며 "예술경영 CEO는 재정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도전 정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또 "예술행정이라는 용어가 1970년대 후반에, 예술경영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 중반에야 등장한 만큼 지난 50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울예술단을 이끌고 지방 공연을 다니며 도농 문화 격차가 큰 현실을 체감하고 문예회관 운영의 전문화를 위한 전국문예회관연합회(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전신)를 만들었죠. 99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새 천 년을 맞아 1박 2일의 정동진 여행을 곁들인 제야 음악회를 만들기도 했어요. 모든 것이 새롭던 시절이다 보니 얼결에 '아이디어맨' 소리도 들었네요."
21일에는 서울 세종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박인건 KBS교향악단 사장, 안호상 국립극장장,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 등 이 사장과 함께했던 후배 예술 경영인들이 헌정하는 행사다.
예술의 힘을 믿는 이 사장은 죽는 날까지 예술가를 후원하고 사람을 키우고 싶어한다. "예술은 삶을 정화하는 힘이 있어요. 또 예술 경영자는 사람의 정신을 길들이는 바로 그 예술가를 키우는 멘토 역할을 합니다. 발레단 '발레뤼스'를 창단해 러시아 발레를 세계에 알린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제 모델입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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