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부내에 편수(책을 편집ㆍ수정하는 일)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9일"교육부내에 편수 전담 조직을 둬 한국사뿐 아니라 전체 교과서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모든 교과서의 교육과정과 교육내용, 교과서 검정 및 수정 작업 등 일체의 과정을 직접 관장하겠다는 얘기다.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 체제로 사실상 회귀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교육부에는 과거 편수실이 있었으나 교과서가 검인정 체제로 전환하면서 폐지된 대신 국사편찬위원회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으로 교과목 별로 나뉘어 업무가 이관됐다. 검인정 체제에서 교과서의 다양성과 학문의 자유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분명한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교육부가 이제 와서 편수조직을 부활시키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교과서 발행체제는 그대로인데 담당조직을 만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교육과정의 세세한 부분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그 동안의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기도 하다. 검정제도의 틀만 유지한 채 교과서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교육부의 무리수는 일선 학교에서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변경과정에 불만을 가진 새누리당 지도부의 국정교과서 환원 주장에 대한 화답처럼 보인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환원 주장이 역풍을 부르자 이런 식의 우회수단을 이용하려는 꼼수인 셈이다. 정치적 중립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가 정치에 휘말리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커지자 검정인력을 확대하고 검정기간을 늘리는 등으로 교과서 검정심사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졸속 검정과 밀실 검정이, 오류로 점철된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를 불렀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검정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정체제 전환이나 편수조직 설치 같은 퇴행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다가는 훨씬 큰 반발과 저항을 부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