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올해 베트남전 파병 50주년을 맞아 대대적 기념식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를 감지한 베트남 정부가 외교경로를 통해 공식적인 정부행사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베트남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것은 없으며 기념식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정부 기념식이 검토돼 온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보훈처가 국군이 참전한 전쟁을 기념하고, 국가의 명을 받고 참전했다가 순국하거나 부상한 군인들을 추모하고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베트남전 파병 50주년 기념식도 그런 맥락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베트남전 파병 기념식을 정부 주도로 개최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베트남전은 냉전시대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오로지 상대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터뜨린 역사의 아픈 상처다. 베트남 국민 눈에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일찌감치 독립국가를 세울 수 있었는데도 미국 등의 개입으로 국제전이 빚어져 자국민들만 80만 명이 사망하고 177만 명이 부상한 끔직한 재앙이었다. 전쟁 양태도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차별적 양민학살이 이루어지고, 고엽제 등 치명적 화학무기가 사용됐다. 이런 전쟁에 군대를 보낸 것을 정부 주도로 거창하게 기념한다면, 베트남 정부나 국민의 아물어가는 상처를 다시 터뜨리게 될 게 뻔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해 왔고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교역규모가 40배 이상 커지는 등 비약적 진전을 이루었다. 머지 않아 한ㆍ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될 전망이다. 수교 당시 베트남 정부는 사과나 배상을 일절 요구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자"며 손을 내밀었고, 우리 정부도 김대중ㆍ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행한 전쟁'에 대해 사과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방문 때 호치민 묘소에 참배한 바 있다.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게 현명하다. 베트남전 파병 용사들을 돌보고 전사자를 추모하는 일이야 당연하지만, 거창한 파병 기념식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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