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합니다."
평소 잘 웃지 않고 날카로운 인상의 정문술(76) 전 KAIST 이사장의 얼굴도 이날만큼은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지며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다.
KAIST는 10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 금강홀에서 정 전 이사장과 강성모 총장 등 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부금 약정식을 열었다. 정 전 이사장은 이날 현금 100억원과 부동산 115억원 등 총 215억원을 KAIST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현금은 즉시, 부동산은 5년 기한 유증 형태로 기부된다. 앞서 2001년에도 기부금으로 300억원을 쾌척했던 정 전 이사장은 이번 추가 기부로 총 515억원을 학교에 내놓게 됐다.
정 전 이사장은 이날 "미래전략대학원에 기부하면 학교 발전과 우리나라 장래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부하게 됐다"며 "좋은 인재들을 선발해 빼어난 지도자로 양성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KAIST 측은 정 전 이사장의 기부금을 '정문술 기금'으로 적립, 미래전략대학원 육성과 '뇌 인지과학'인력양성 프로그램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미래전략대학원은 미래전략, 과학저널리즘, 지식재산 분야에서 석ㆍ박사 과정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의 국제관계, 경제, 산업, 국방, 과학기술 분야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하버드 케네디 스쿨과 같은 '싱크탱크'기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특히 정 전 이사장은 이날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얘기하면서 아내에 대한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그는 "어느 날 아내가 느닷없이 5억 원을 달라고 해 깜작 놀랐다. 그러나 아내가 허투루 돈을 사용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 말 없이 줬는데 아내가 어려운 분들의 수술비로 사용한 것을 알았다"며 "이런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자식들도 이번 기부에 대해'아버지 잘 하셨습니다'라고 말해줘 자식을 잘 뒀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또 그는 "별로 많은 돈을 기부한 것도 아닌데 약정식에 여러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훌륭한 총장 이하 교수진과 학생들이 힘을 합해 우리나라 발전에 힘을 써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강 총장은 "또 다시 큰 일을 해주셔서 KAIST 발전에 큰 힘이 된다"며 "가족에도 감사 드리고 뜻을 받들어 미래전략ㆍ바이오 및 뇌공학 연구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화답했다.
1983년 반도체 장비 제조사 미래산업을 창업한 정 전 이사장은 2001년 '회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경영권을 직원에게 물려주고 은퇴해 화제가 됐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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