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10일 내부를 공개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연출한 공간은 최대 높이가 29m에 달하면서도 기둥은 하나도 없는 독특한 모습이었다. 백색 석고로 마감한 곡선의 내벽은 생물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아늑함을 자아냈다. 지하 3층, 지상 4층, 연면적 86,574㎡ 안에 구성된 15개의 공간은 전시장과 카페, 공연장, 매장 등으로 변신해 3월 21일 문을 연다.
2009년 4월 첫 삽을 뜬 이래 지난해 11월 건물이 준공되기까지 DDP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건물 외관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체육시설인 동대문운동장과 300년 전통의 동대문시장이 가진 역사성을 전혀 계승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4,84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도 비난의 대상이었다.
이날 DDP 공개는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디자인재단은 100% 재정 자립을 강조했다. 더 이상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대관과 전시 수입만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백종원 대표는 "연매출 321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다른 전시 공간들에 비해 월등히 넓은 공간과 자하 하디드의 후광 덕에 올해 대관은 80% 가량 완료됐다.
재단이 발표한 올해 전시 계획은 디자인과 패션에 집중돼 있다. 건물 외관과 인근 패션타운의 부조화를 소프트웨어로 돌파하고자 한 것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패션쇼인 서울패션위크, 런던디자인박물관의 전시를 그대로 옮겨온 '스포츠와 디자인'전, 바우하우스의 교육이념을 계승한 울름조형대학의 건축∙디자인전,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 소품을 모은 전시, 디자인영화제 등이 준비돼 있다. 3월 21일 개관과 함께 시작되는 서울패션위크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있는 서울성곽을 일부 무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DDP는 동대문운동장 철거 당시 발견된 서울성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심야에 더 활발해지는 동대문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24시간 개방하는 디자인장터도 준비 중이다.
70년만의 첫 외부 전시로 화제가 됐던 간송미술관 특별전도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선보인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국보급 유물 80여점이 440여평의 공간에서 전시된다. 백종원 대표는 "디자인과 패션을 중심으로 하되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 콘텐츠를 다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