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범죄조직이 마약시장을 넓히기 위해 10대 아이들에게 마약 배달을 시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나섰지만 점조직으로 이뤄진 이들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런던 남동지역 범죄조직을 담당하는 케빈 무어 정보부 담당자는 "마약 물자 보급로가 런던에서 다른 도시로, 또 시골로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주로 남동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디 지역에서건 이런 마약 보급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난감해 했다.
한 마약 판매상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마약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런던 밖으로만 나가면 법망이 느슨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아이들이 마약 운반자로 이용되고 있다"며 "11,12살 아이들이 조직 윗선을 위해 총과 마약을 배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어린 아이들이 코카인을 포함해 A급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최근 많이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증가하고 있는 마약 거래에 대비하기 위해 남동지역 당국은 정보부와 한 달에 한번 런던에서 회의를 갖고 범죄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햄프셔 경찰 대변인은 최근 도심 총격전 이후 "마약 거래상 또는 폭력범 등을 제압하기 위한 특별팀이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고위 관계자는 "범죄조직은 런던 외 다른 지역도 충분히 잠재성이 있는 마약 공급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범죄조직에 가입해 있는 대다수 조직원의 연령은 16~24살이지만, 10대 초반 아이들도 많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종종 배달사고를 일으키긴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마약 운반상으로 이용하는 이유는 ▦어른에 비해 붙잡힐 위험이 적은데다 ▦설령 붙잡힌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린 여자 아이들도 마약과 무기배달을 요구 받거나, 조직원들로부터 성폭행까지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켄트주의 존 콜 형사계장은 "최근 몇 년간 마약 거래가 현저히 늘어난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건 범죄조직을 위해 일하는 젊은이들의 나이대가 어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잠재적으로 조직과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젊은이는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초청해 범죄단체 가입과 마약취급에 따른 피해에 관해 정신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약 판매상은 지역에 있는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콜 계장은 "마약이나 알코올, 또는 정신건강 문제로 상처를 받거나 공격 당하기 쉬운 사람들이 많다"면서 "마약 판매상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제물로 삼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마약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주요 교통수단으로 열차가 활용되고 있다. 영국 경찰청 대변인은 "도로 상에선 의심 받는 용의자 차량의 경우 번호판을 인식해 자동 추적하는 기술인 ANPR이 있다"면서 "하지만 열차를 타면 익명성이 보장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최근 범죄단체가 주요 운반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마약 범죄조직의 활개로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이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다고 가디언은 경고했다. 켄트주의 한 변호사는 "켄트주 소년법정에 출석한 런던 출신 10대 아이들이 최근 5년 사이 놀랄 만큼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런던 남부도시 크로이든에 있는 청소년범죄자 지원재단의 기포드 서더랜드 이사는 "가장 공격 받기 쉽고 상처 받기 쉬운 이들이 바로 어린이들"이라며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들을 체포하려고만 하고 그들이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지 않는지, 또 원인을 찾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증상만 보려고 하는지 답답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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