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 김문관)는 1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용 원전의 부품 납품 청탁과 함께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7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구속기소된 한국수력원자력 송모(49) 부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5억원, 추징금 4억3,05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이 검찰 구형(징역 8년)의 두 배 가까운 중형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치명적 사고를 낳을 수 있는 원전비리에 대한 엄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송 부장은 앞서 신고리 1ㆍ2호기에 납품된 JS전선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지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아 이들 형이 확정되면 무려 20년간 실형을 살아야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원전 부품의 구매를 담당하며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이번 부패범죄의 정점에 있다고 보기에 무방함에도 법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구형 사유에서 송 부장이 수사에 협조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지만, 법원은 증빙 자료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부장에게 뒷돈을 준 현대중공업 전ㆍ현직 임원들에게도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UAE 수출 원전의 비상용 디젤발전기 납품 청탁과 함께 10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정모(58) 전 총괄상무와 김모(50) 전 부장에게 각각 징역 3년 6월과 징역 2년 6월을, 가담 정도가 낮은 김모(52) 전 부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또 2012년 2~3월 대체 교류발전기 납품과 관련해 7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모(57) 전 전무는 징역 3년 6월, 김모(53) 전 상무는 징역 2년, 손모(50) 부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송 부장의 10억원 수수 과정에 관여한 G사 박모(51)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 5,000만원, 추징금 7억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들의 비리로 인해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고 원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높아지는 등 일반 뇌물 사건에 비해 사회적으로 끼친 악영향이 너무 커 엄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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