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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그러나 죽음 없인 삶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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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그러나 죽음 없인 삶도 없다

입력
2014.01.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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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는 말, 참 흔히들 한다. 하기 싫어 죽겠고, 보고 싶어 죽겠고, 귀찮아 죽겠단다. 자기 앞에 닥친 상황을 '죽음'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전달하는 데는 그만큼 견뎌내기가 힘들다는 걸 상대방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의 관점으로 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인체에게는 죽음이 삶보다 덜 힘든 상태다. 요즘처럼 추운 날 창을 열어놓은 채 난방 하는 집, 우리 몸이 딱 그런 상황이다. 밖에서 끊임없이 찬 공기가 밀려 들어와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집 안의 난방 시스템은 쉴 새 없이 가동돼야 한다. 이런 무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난방 시스템은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 어느 순간 멈춰버린다. 그때부터는 집 안과 밖이 온도가 같은 균형 상태를 이루게 된다. 과학자인 저자들의 눈에는 난방이 멈추는 바로 그 순간이 인체로 치면 죽음이다.

실제로 우리 몸의 난방 시스템은 주인이 모르는 사이 야금야금 낡아간다. 난방 시스템의 기본 단위인 세포 중 고장 나거나 수명을 다한 것들이 매일 약 100억개씩 죽는다. 눈의 망막 세포는 단 10일, 피 속 적혈구 세포는 120일, 폐 세포는 400~500일 일하다 사라진다. 이들의 자리를 새 세포가 대체하지만, 이런 '작은 죽음'들은 결국 언젠가 '완전한 죽음'으로 이어진다. 완전한 죽음을 맞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른 게 불공평해 보일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죽음은 자연스럽다.

는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까지 샅샅이 파헤쳐 놓았다.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아야 할 때 난방 시스템의 처절한 몸부림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영양 자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장기를 공격해 식민지화하는 암세포의 제국주의적 행태,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공격 당한 세포들이 침입자를 몰아내기 위해 일으키는 치열한 전투, 쥐약에 들어 있는 독 성분을 만나 온몸의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다 호흡기관이 멈춰서기까지 과정 등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암을 비롯한 수많은 병, 각종 미생물과 독 등은 저마다의 노하우로 난방 시스템을 여지 없이 무너뜨린다. 인체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말 그대로 기적 같을 뿐이다. 교통사고나 고문, 사형, 살인처럼 더욱 부자연스러운 사망마저 보태면 죽음의 기제는 한층 다양해진다.

방부 조치나 화장을 하지 않은 시체는 사후 이틀 정도 지나면 맹장 근처 피부에 초록색 반점이 나타난다. 부패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시신의 내장을 이미 미생물이 장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지구에서 생명 모험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일조하는 원자들을 지구 생태계에 제공'하는 단계다. '삶을 위한 죽음'이란 제목처럼 말이다.

이토록 다양한 죽음에 잘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따윈 없다고 저자들은 책 말미에서 못 박는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사람들은 마치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살며, 절대 살아보지 않았던 것처럼 죽는다"고.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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