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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미래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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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미래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4.01.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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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발터 벤야민의 바통을 21세기로 이어받은 대표적인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1990년 출간한 이 책의 첫 페이지엔 "이 작은 책은 지성적 영혼의 천국이라 불린다"는, 마치 그리스 신전 벽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신탁과도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아감벤은 우리 독자들에겐 등 근대 주권 권력의 관철방식과 20세기 전체주의 체제를 이해하기 위한 이른바 '예외 상태의 규칙화'에 대해 밝힌 3대 저작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철학자이며 미학자이다. 이 책은 이후 이들 저작이 현대 인간의 삶이 처한 주권의 아포리아(난관)적 상황을 규명하려는 비평이론서였던 것과 달리 이러한 불안한 상태를 극복하는 삶의 형식을 정식화한다는 신탁과 같은 선언문이다.

우리가 등을 통해 아는 아감벤은 '사케르(Sacer)' 즉 벌거벗고 신성하지만 다시 말해 어떤 시민적 권리도 지니지 않은 '예외적인 인간'이 '보편적인 인간'으로 치환되는 현대사회를 경계해 왔다. 그 예를 들자면 9ㆍ11 이후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모든 이들, 그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즉 보편적인 인간을 '예외적인 인간'인 테러리스트로 잠정화하는 구조적인 폭력이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비판해왔다.

3대 저작보다 앞서 출간됐던 이 책은 이후 그가 펼치는 이 같은 경계와 비판에 대한 예고편이기도 하다. 마치 카를 마르크스의 을 있게 한 과 같은 책이다.

이 책에서 아감벤은 '예외적인 인간'과도 연결되는 '임의적 특이성'을 앞으로 맞이하게 될 공동체 사회의 요체라고 말한다. 아감벤은 '예' '습성' '외부의 내부' '톈안먼' 등 19개 소재를 키워드로 임의성의 중요함에 대해 설파한다. 그는 "임의성이 어떤 정체성에도 귀속되지 않으면서 공동체를 누릴 수 있는 삶,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습성에서 스스로 산출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윤리적"이라고 말하며 임의성이 해방된 도래하는 공동체를 상상한다.

책은 서문의 글귀에서 보여지듯 아감벤이 정치철학의 절정에 발을 올리면서 즉시 내뱉은 사자후이고 자신감의 발로이다. 마치 잠언서를 들여다보듯 상징과 은유가 쏟아지는 이 작은 책(172쪽)은 그가 지금까지 유토피아라 믿는 임의적 특이성의 공동체 사회라는 거대한 생각의 합체(와 같은)를 있게 한 파편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샅샅이 뒤지면 그가 등을 통해 정립했던, '예외 상태의 규칙화'가 얼마나 위험한 현실인지 되돌아 볼 수 있다. 다만 책은 아감벤 사유의 모호성을 해소해주지 않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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