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일 처리에 쓴소리도 자주 뱉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훈장 스타일'이 검찰 조직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김 총장 취임 이후 간부들은 평검사들이 퇴근하기 전까지 청사를 나서지 못하는가 하면, 사건 처리와 관련해 호통을 당하기 일쑤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하는 검찰'의 기본 자세를 강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한편에서는 지나친 닦달로 오히려 비효율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9일 "총장이 후배 가슴을 후벼 파는 독설을 잘 한다"며 "보고 들어가는 간부들마다 깨지고 나와 많이들 힘들어 하더라"고 전했다. 김 총장은 지난달 2일 취임 이후 검찰 간부들을 질타하는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과 상견례를 겸해 가진 오찬에서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사건은 직접 수사하고 지휘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김 총장이 전국검사장 토론회에서 "검사장들도 중요한 사건들은 주임검사란 마음으로 챙겨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나온 강경 발언에 음식이 소화가 안될 정도였다는 전언이다.
김 총장은 오찬에서 부장검사의 권한인 사건 배당에 대해서도 잔소리를 쏟아냈다. "사후 결재 역할에만 머물지 말고 사건 배당이나 수사 단계부터 '어떤 부분을 조사하고 그 다음에 다시 상의해보자'는 식으로 실질적인 지도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거나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배당보조 검사'를 시켜 전문ㆍ중요사건을 최대한 뽑아 분류하고, 형사사법포털(KICS)을 활용해 주요사건을 챙겨보라"는 조언 등이 이어졌다.
검사들 사이에선 채동욱 전 총장의 사퇴 이후 각종 풍파에 휩쓸리며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을 필요가 있지만, 총장이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김 총장의 닦달은 일반 직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전국 검사장 토론회에서 "일반직도 승진할수록 수사에서 전문지식과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검사장이나 (검찰 최고위 일반직인)사무국장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데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는 만큼 '나도 수사에 힘을 보태겠다. 사건 당사자를 한 사람이라도 만나 설득하고, 화해시키겠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조직이 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검은 각 지방검찰청의 과장(서기관ㆍ4급) 이상 일반직 직원들에게 후배들과 실무를 분담하라는 취지로 업무 분장을 직접 작성해 보고할 것을 지시해 지난주 취합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의 업무 스타일은 이달 중순 단행되는 부장급 이상 간부 인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을 원칙적으로 모두 지방에 발령을 낸다는 방침이 섰다는 것이다. 지역 검찰청의 역량 강화와 인사 형평성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라지만 검찰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검찰 간부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일부 엘리트 검사들이 밟는 전형적인 인사코스를 파괴하려는 김 총장의 시도가 검찰 조직에 활력을 줄지, 지나친 조직 압박으로 반발을 부를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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