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연초부터 400만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인들의 '손'이 큰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엔저(低)여파로 일본인 쇼핑객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에서 지난 해 일본인 고객의 매출은 38%나 감소했다. 반면 중국인 쇼핑은 무려 87%나 신장, 일본 관광객 공백을 메워줬다. 롯데백화점 역시 일본인 고객은 15% 감소했지만, 중국인 매출은 110%나 신장했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에서 2010년 1% 내외에 머물던 중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 해 5%로 올라섰고, 롯데백화점의 중국인 매출비중 역시 같은 기간 1.9%에서 10%로 5배 가량 뛰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1위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아베 정권 출범 이후 한일관계가 냉각된데다, 역시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영향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방한 일본인은 28%나 감소, 253만명에 그쳤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53%나 늘어난 405만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방한 외국인 순위에서 중국인이 일본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들의 마케팅 타깃도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과거엔 중국어 가능 직원을 배치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젠 '큰 손 요우커'를 잡기 위해 중국 현지로 날아가 마케팅을 펼칠 정도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새해 중점 경영과제 중 하나가 중국인 유치를 선정했다"며 "본점을 찾는 중국인 쇼핑객을 2배 이상 늘려 외국인 매출 비중을 5%에서 두 자릿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를 위해 ▲춘절(설 연휴) ▲노동절(5월1일 전후 연휴) ▲국경절(10월1일 전후 연휴) ▲크리스마스 등 중국의 '4대 쇼핑시즌'에 맞춰 중국 현지에서 여행사와 카드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또 중국의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웨이보에 순금, 명품 등 경품행사를 준비하고, 중국 가이드인력을 쇼핑기간 중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또 신세계백화점이 우리은행이 새롭게 선보이는 중국인 VIP카드의 백화점 대표 제휴사로 선정됨에 따라 10%할인, 금액대별 상품권 증정, VIP기프트, 공항라운지 이용 등 국내 VIP고객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부산본점 등 중국인이 자주 방문하는 점포에 쇼핑편의를 위한 안내문을 2배 이상 늘리고, 중국인 고객용 전단을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 또 세금환급액의 일부를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기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웨이보를 통해 올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중국 현지인들의 신청을 받아, 외국인 멤버십 카드인 'K-CARD 패키지'를 직접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민도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각 백화점들이 이젠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내국인 고객에 준하는 마케팅은 전개하고 있다"며 "특히 시내에 위치한 본점의 경우에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따라 백화점 성적이 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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