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에 대해 1로 위쪽을 젖히는 건 무리다. 2부터 6까지 선수한 다음 8로 호구 치면 당장 A의 단점 때문에 9로 이어야 하는데 10으로 막혀서 흑이 안 된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이지현이 1로 물러섰고 2부터 6까지 피차 예상했던 진행이다. 얼핏 보기에는 흑이 갇힌 것 같지만 막상 수읽기를 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지현이 13, 14를 교환하고 17로 한 칸 뛰어 나가자 백도 응수가 쉽지 않다. 일단 20으로 연결했지만 이지현이 21로 '무식하게' 빈 삼각으로 짚은 게 필살의 일격이다.
22, 23을 교환한 다음 1로 잇는 건 2부터 16까지 알기 쉽게 백이 안 된다. 그렇다고 백A로 꼬부리는 건 흑이 25의 곳을 먼저 끊은 다음 B로 나가면 백이 수 부족이다.
홍민표가 할 수 없이 24로 물러섰고 이지현이 25로 백 두 점을 잡는 타협이 이뤄졌지만 이 결과는 백이 좀 손해 본 느낌이다. 여기서부터 바둑의 흐름이 슬그머니 흑쪽으로 기울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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