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우리나라에서 시험관아기(체외수정) 출산이 성공한 지 30년이 된다. 한번에 300만~400만원에 달하는 시술 비용의 절반 가량을 정부가 2006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난임 부부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2세를 얻었다.
그런데 산부인과 전문의 사이에선 최근 시험관아기 시술이 지나치게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난임의 원인을 해결하고 자연임신을 시도할 수 있는 이전 단계들이 있는데, 일부 의료기관들이 '시험관 잘 하는 병원'을 내세우며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비싼 시험관아기 시술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병ㆍ의원이 시술에 필요한 약을 최신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과거 제품으로 대체하면서까지 돈벌이에 열중한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실제로 보건당국이 집계한 국내 시험관아기 시술 의료기관은 2006년 113곳에서 현재 약 150곳으로 늘었다. 총 시술 건수는 2006년 3만2,783건(이중 1만9,137건에 국비 지원)에서 2012년 4만8,238건(3만1,955건 지원)으로 늘었다. 국비 지원 이전인 2005년에는 2만1,154건이었으니 7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선 '자연임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난임 부부가 의료진의 권유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시험관아기 시술로 직행하는 경향이 건수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난자나 정자, 난관 등의 이상 때문일 수도 있고 수정이나 착상이 유독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난임 원인의 대부분은 난자와 정자가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타이밍' 문제"라며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임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났는데 도무지 수정이 안 되거나 자궁에 착상을 못하는 등 부득이하게 시험관아기 시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전체 난임 부부의 10% 수준일 것"이라고 이 전문의는 덧붙였다.
물리적 문제 때문에 난임이 된 경우는 크게 어렵지 않은 수술로도 자연임신 기회가 생긴다. 난자가 지나는 길인 난관이 물이 차는 등의 이유로 막히거나(난관수종) 골반 안에서 조직들이 서로 달라붙은(골반유착) 경우가 그런 예다.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기구를 넣어 하는 복강경 수술로 막힌 곳은 뚫고 붙은 곳은 뗄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호르몬 약으로 난소에서 한꺼번에 많은 난자를 만들어내 몸 밖으로 빼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복수가 차고 소변이 안 나오는 등의 심한 과자극증후군이 따를 위험이 있다. 시술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출산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조사 결과 국비 지원으로 이뤄진 시험관아기 시술 중 출산에 성공한 건 약 26%"라고 밝혔다.
자연주기법과 배란유도, 인공수정 등 의학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임신에 실패했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게 시험관아기 시술이다. 난임 부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주치의에게서 설명 듣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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