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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꿈나래 공부방' 결국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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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꿈나래 공부방' 결국 폐쇄

입력
2014.01.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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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 공간의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꼽혔던 충북 청주의 '꿈나래 평생학습 공부방'이 결국 문을 닫았다.

꿈나래 공부방 관계자는 9일 건물을 비워달라는 충북지방경찰청의 요구에 따라 마땅한 둥지를 찾지 못한 채 공부방을 비웠다고 밝혔다.

사실 꿈나래 공부방의 폐쇄는 예견된 일이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꿈나래 공부방을 살려보자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꿈나래 공부방을 만든 충북 경찰도, 이 공부방 사례를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던 청주시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했다. 이 공부방 관계자는 "경찰서에서는 복지 관련 문제라 시청에 알아보라고 하고, 시청에서는 경찰서 건물이니 그쪽에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애물단지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충북경찰청은 2009년 방치된 산남치안센터를 저소득계층 청소년 학습공간으로 개방하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공부방 문을 열었다. 경찰과 의경 30여명을 학습지도사로 내세워 과외선생님 역할을 맡겼다. ㈜KT와 협약을 체결해 공부방 시설을 개선하고, 산남치안센터대신 꿈나래 공부방이란 현판까지 내걸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본연의 업무로 소홀해진 경찰을 대신해 교사 자격증을 가진 주부부터 대학생, 학원 강사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탄탄한 교육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꿈나래 공부방을 이끌었다.

청주시도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임했다. 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평생학습 박람회에 이 공부방 사례를 출품, 최우수상을 받았다. 꿈나래 공부방을 토대로 수곡지역 평생학습 특구 만들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이 제천시에 폴리스 힐링 수련원을 짓기로 하고, 청주시 산남치안센터를 포함한 경찰 소유의 부지 소유권을 제천시에 넘기기로 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경찰은 2012년 초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공간을 비워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고, 주민들은 나가겠다는 각서를 썼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청주시도 일단 이사를 하면 월세를 지원해주겠다고 회유했다. 어떻게든 공부방의 명맥을 유지해보려던 주민들은 그러나 2년간의 유예기간에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김선례 꿈나래 공부방 교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대체 장소로 사용할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모든 기관의 방치 속에 평생교육원의 롤 모델로 떠올랐던 꿈나래 공부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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