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천연물신약'을 한의사들이 처방할 수 없도록 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윤인성)는 9일 한의사 김모씨 등이 식약처장을 상대로 낸 고시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천연물신약이란 한약 또는 생약 제제를 추출해 만든 알약이나 캡슐로 국내에 관절염 증상 완화제 등 7개 품목이 의약품 허가를 받아 처방되고 있다.
소송 대상이 된 식약처 고시 2012-22호는 '새로운 조성 및 규격의 생약제'로 품목허가를 받을 경우 천연물신약으로 규정하고 생약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고 정의해 사실상 한약 재료를 제외했다. 의료법 상 생약과 한약이 사실상 같은 의미로 통용되는데도 이 고시에 따라 한의사가 한약제제로 신약을 개발해도 처방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김씨 등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한약제제 역시 천연물신약에 포함될 수 있음에도 특별한 근거나 이유 없이 제외해 한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해당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상위법인 의료법에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구분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식약처 고시가 한의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점을 지적하며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한의사에게만 인정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김씨와 함께 소송을 낸 대한한의사협회에 대해서는 의료 행위 및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 제기 권한이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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