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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4 세계] <5> 계속되는 분쟁·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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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4 세계] <5> 계속되는 분쟁·테러

입력
2014.01.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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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체첸·중국 위구르 자치구… 유럽마저 독립시위 갈수록 과격갈등의 본질은 '생존의 문제'남수단, 경제난에 끝없는 내전… 분리독립 불구 후유증 거세테러 늘어나고 유형 다양화"어느 국가든 완력만 의존 땐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 계속"

지난해 4월 미국에서는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로 3명이 숨지고 260명이 다쳤다. 9월에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도심 쇼핑몰에서 테러 인질극이 발생해 70여명이 사망했다. 연말에는 러시아 남부도시 볼고그라드에서 잇따른 폭탄 테러로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테러가 숱하게 많았다. 테러 발생 지역과 유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예측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면서 테러 공포가 다시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들어 특히 과격한 양상을 더해 가는 것은 분리독립을 명분으로 내 건 테러들이다.

곪아 터지는 상처들

소치 동계올림픽(2월)을 앞두고 터진 볼고그라드 폭탄 테러의 배후로 러시아연방으로부터 완전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체첸의 이슬람계 군벌 도쿠 하마토비치 우마로프가 주목 받고 있다. 체첸은 러시아연방 소속 자치령으로, 110만명의 주민 중 90%가 이슬람교도다. 이 때문에 체첸인들은 1990년대 중후반에도 완전한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러시아연방과 전면전을 벌였다. 다게스탄에도 체첸과 연계된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카스피해 유전에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송유관이 체첸 등을 지나기 때문에 분리독립에 반대한다. 특히 체첸을 인정할 경우 다른 소수민족에도 우후죽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 압박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체첸과 다게스탄 등에서 러시아 연방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노린 반군들의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테러의 타깃이 된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요구를 널리 알리면서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마로프를 비롯해 분리독립세력들은 이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치올림픽을 방해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2월 열릴 소치동계올림픽에는 역대 어느 올림픽 보다 안전에 비상이 걸려 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차량 폭탄 테러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중국 최대 '민족 화약고' 중 하나인 신장은 위구르족의 분리독립 요구로 테러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 900만명이 사는 신장에선 지난 4월 유혈충돌로 21명이 사망하는 등 지난 한해만 120여명이 숨졌다.

체첸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처럼 중국 역시 소수민족에 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톈안먼 차량 폭탄 테러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뿐만 아니라 그 동안 분리독립 운동을 벌여온 티베트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 강도를 높여나갈 태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분리독립 세력에 대해 반(反)분열 투쟁을 강화하도록 지시까지 했다. 분리독립 요구시위가 격화하고 이에 대응한 유혈진압 그리고 보복테러의 악순환이 올 한 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럽도 분리독립 바람 거세

이유는 다르지만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거세다.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카탈루냐주가 올 9월18일 분리독립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게 대표적이다.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게 항복해 중심 지역인 바르셀로나를 내줬다. 올해는 항복 300년이 되는 해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인구 4,700만명 중 760만명(16%)이 거주하는 곳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주로 꼽힌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며 수출기업의 36%가 카탈루냐주에 본사를 두고 있을 정도로 스페인 경제의 중심이다. 카탈루냐 주민들은 향토 문화, 언어, 역사가 남다르다는 자긍심이 강할 뿐 아니라 마드리드 중앙정부에서 받는 건 별로 없고 빼앗기는 건 많다는 피해의식이 강해 분리독립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해 9월엔 수십만 명이 분리독립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도 올 9월 중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스페인의 또 다른 지방인 바스크에서부터 벨기에 플랑드르, 오스트리아 티롤, 독일 남부와 이탈리아 북부지역까지 오래 전부터 독립을 꿈꾸던 유럽 지방 주도들이 이런 카탈루냐와 스코틀랜드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분리독립이 무산되고, 만에 하나 시위에 따른 정부의 강경진압까지 더해질 경우 언제든 현재의 평화시위가 폭력저항으로 바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분리독립 해도 후유증

분리독립만 하면 더 이상 테러 같은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오랜 세월 정치, 경제, 사회적 관계는 물론 지리적 상황 등이 한 데 뒤엉켜 있는 복잡한 역학구도가 언제든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지키려는 정부군과 체제 전복을 꿈꾸며 최근 쿠데타를 일으킨 반군 사이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북동부 남수단이 그렇다. 지난달 15일 살바 키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추대하는 반정부파 군인들 사이에 촉발된 내전이 벌써 3주째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최소 1,000명이 숨지고 18만명이 집을 잃었다. 임시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7만5,000여명은 생존에 필요한 식수와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남수단은 2011년 7월 수단에서 분리 독립했지만 끝없는 내전에 휩싸여 왔다. 종족 갈등이 큰 데다, 수단과 석유협상이 난항을 겪어 경제난이 심화한 것도 내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남수단은 경제활동을 석유수출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데, 송유관 대부분이 수단에 있어 송유관 사용료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진다.

갈수록 늘어나는 테러

2012년에 세계 전체 테러 건수와 테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아직 집계가 되진 않았지만 지난해는 이 보다 더 많은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테러리즘합동연구소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지에서 8,500건 이상의 테러가 발생해 약 1만5,500명이 숨졌다. 테러 발생 건수도 전년(5,000건)에 비해 69% 증가했다. 테러 희생자 역시 역대 최고였던 2007년(1만2,800명)보다 89%나 늘었다. 연구소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5,100건의 테러가 발생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 걸쳐 테러는 1980년대 중남미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으나 1990년대 이후로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그 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테러는 종파와 이념, 인종, 보복 등 수많은 이유로 발생한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최근엔 자생적으로 형성된 '외로운 늑대'형 이슬람주의자의 무차별 테러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영국 런던 동남부 울워치에서 급진주의자가 대낮 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군인을 잔혹하게 살해해 충격을 주었다. 테러조직이 아닌, 내부의 극단주의자들이 큰 위협 중 하나라는 것이 대테러 기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강경대응보다 차별 철폐해야

잇따르는 폭탄테러에 러시아나 중국 당국은 "테러 배후를 색출해 끝까지 제거하겠다"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강대강' 대결만 고집하면 결국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가 강경 정책만 고집할 게 아니라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분쟁지역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우선 철폐하는 것은 테러를 근절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러시아의 경우 전체 실업률이 8%대인 반면, 체첸의 실업률은 80%에 달할 정도로 경제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 분리독립은 민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서 택하는 생존의 문제가 더 적발한 것이다.

중동의 경우는 인권을 억압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정치 참여를 원천 봉쇄한 데 따른 불만이 폭력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테러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보전문가인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어느 국가든 완력에만 의존한다면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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