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동일한 3.8%로 유지했다. 하지만 경제 인식은 한층 개선됐다. 저성장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행진은 이어지겠지만, 출구전략(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50%)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8개월째 동결 행진이다. 이어 발표한 '2014년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연 3.8%로 전망했다. 3개월 전인 작년 10월 전망과 동일한 수치다. 정부(3.9%) KDI(3.7%) 등의 전망치와도 큰 차이가 없다.
표면적으로는 한은의 경제 인식에 별 다른 변화가 없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회의 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문구가 전달과 적잖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경기회복세에 대해 '지속되었다'는 표현이 '보다 뚜렷해졌다'는 진단으로 바뀌었고,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 상태(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도 '상당기간'에서 '당분간'으로 축소됐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GDP 갭 마이너스 폭이 점차 축소되면서 올 연말까지는 마이너스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미 여러 차례 올해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밝혀오긴 했지만, 경기 인식이 한층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전망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엿보인다. 경제전망의 전제조건인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2.6% →2.8%) 높여 잡았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도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전망의 세부적인 변화를 보면, 4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을 더 높여 잡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당초 450억달러에서 550억달러로 크게 높여 잡은 것도 엔저(低)의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로써 일각에서 제기해온 1분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옅어지게 됐다. 그렇다고 금리 동결 행진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엔저(低)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적인 위험요인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데다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어긋난 행보를 보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연내 인상은 여전히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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