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해군지마'(害群之馬ㆍ무리에게 해가 되는 말)를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택 연금 상태에서 조사 받는 것으로 알려진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단호한 사법 처리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7, 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앙정법(政法)공작회의에 참석해 "가장 단호한 의지와 가장 단호한 행동으로 정법 영역의 부패 현상을 제거해야 한다"며 "해군지마를 깨끗하게 없애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추진하는 것이 정법 공작의 핵심 가치이며 인민의 안락한 삶과 생업을 보장하는 것이 정법 공작의 근본 목표"라며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누구라도 법 제도를 어겼다면 가장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하며 범죄를 구성할 경우엔 반드시 형사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설 속의 인물인 황제(黃帝)가 목동에게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묻자 목동이 해 줬다는 고사인 '해군지마'까지 인용해 사회악 제거를 강조한 것은 사실상 저우 전 상무위원과 정법 영역 세력들을 겨냥한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홍콩 명보(明報)는 시 주석이 '해군지마'의 제거를 다짐한 것은 앞으로 더 큰 반(反)부패 폭풍이 일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민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산을 울려 호랑이를 놀라게 하는 방법으로 저우 전 상무위원과 정법 계통 세력들을 향해 경고를 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실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시 주석의 언급이 나온 시점이 저우 전 상무위원에 대한 조사설이 보도되고 있는 시기와 일치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이 매체는 최근 저우 전 상무위원의 측근으로 정법 계통 실세였던 리둥성(李東生) 공안부 부부장이 낙마한 점을 상기시켰다.
'전국정법공작회의'라는 이름으로 개최돼온 이 회의가 '중앙정법공작회의'로 바뀐 점과 시 주석을 비롯, 류윈산(劉雲山)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까지 직접 참석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시절 이 회의는 9명의 상무위원 중 저우 전 상무위원이 혼자 주재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공안과 검찰, 법원, 사법 기관 등을 총괄해 온 저우 전 상무위원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공모해 시 주석을 암살하고 정변을 일으키려 한 혐의로 가택 연금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방(石油幇ㆍ석유업계 출신 정치 세력 집단)을 이끌어 온 그는 또 수십조원대의 부당 이익을 챙기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전 부인의 살해를 간접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중화권 일부 매체는 최근 저우 전 상무위원의 공개 사법 처리가 임박했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지금까지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고위층이 형사 처벌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저우 전 상무위원도 결국 당내 처분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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