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형들이 입던 학사모와 가운을 입고 대학강당에서 졸업식을 하니 마치 대학생이 된듯합니다."
경기 포천중학교 학생회장 정수훈(15) 군 등 이 학교 3학년생 350명은 9일 학교에서 160㎞나 떨어진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에서 1박 2일 일정의 이색 졸업식을 치렀다. 이날 졸업식에는 졸업생의 부모 250명과 지난 3년 이들을 가르친 교사 등이 함께했다.
이들이 버스를 타고 천안 대학까지 와서 졸업식을 치른 이유는 짧은 대학생활 체험이지만 이를 통해 자신들의 미래 진로를 찾아보는 값진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정 군은 "처음엔 먼 지방의 대학에 와서 졸업식을 한다고 해서 생소했는데 와보니 그 동안 막연하게 꿈꿔온 대학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며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학생활을 직접 느끼고 대학생처럼 더욱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졸업식을 맞아 특별한 추억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천중 학생들에게 1박2일의 대학생활 체험은 최고의 졸업 선물이었다. 전날 대학에 도착한 이들은 아산 현충사를 참배하고 독립기념관을 둘러보며 나라 사랑 정신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한기대 교수들의 특강과 대학생 형과 누나들의 공연을 즐기며 또래보다 3년이나 앞서 대학 문화를 접하는 행운도 만끽했다. 특히 이들은 첨단 실험실습장비가 갖춰진 한기대 창의융합제조센터에서 대학생 형들의 실습 장면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댄스 춤을 보며 미래의 꿈을 키우는 시간을 가졌다. 정 군은 "대학생 형들이 직접 만든 자동차 모형에 탑승해 속도감을 직접 느껴 보면서 '이런 것을 나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꿈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대학진학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번 이색 졸업식을 학부모 등에게 직접 제안하고 성사시킨 임상범 포천중 교장은 "한기대에 진학한 10여명의 제자들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후배들에게 이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며"중학생 신분이지만 대학생활 체험을 통해 자신들의 진로를 탐색하고 관찰할 기회를 갖도록 해 준다는 점이 이번 졸업식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기권 한기대 총장은 "먼 타지에서 우리 대학까지 찾아와 졸업식을 한 포천중 졸업생들에게 이번 체험이 소중한 추억이 됐으면 한다"며 "학생들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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