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구상을 밝혔다. 3년 후 우리 경제를 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로 가는 건강한 기반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전략으로 '정상화, 탈규제, 창조'라는 세 가지 핵심어를 제시했다. 아직 구체적 정책안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경제를 보는 시각에서 새로움이 느껴진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라는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사회를 경제적 약자와 강자로 이분화해 강자를 억제하고 약자를 도운다는 기본구조에서 정책은 경제성장에 역주행하였다. 정치권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로 정책안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경제혁신 3개년 구상안의 기본골격은 '경제민주화'의 틀에서 다소 벗어난 듯하다. 경제관점에선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경제의 국내외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를 가진 한국은 국제경제환경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순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경제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으며, 구체적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구상안에는 이러한 흐름을 잘 파악하고, 국제추세를 따르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3개년 계획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과연 어떤 조건들이 고려돼야 할 것인가.
먼저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전략이다.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정치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정치인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아닌, 정치적 지지를 높이는 정책만을 편다. 그래서 지금 경제정책은 정치인들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이고, 이해집단과의 거래를 통해 왜곡된 정책이다. 따라서 정치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정책은 비정상적 제도이며, 국민이 아닌 특정 이해집단을 위한 정책이다. 정상화 실현을 위해선 왜곡된 정치과정, 즉 '정치실패'를 교정해야 한다.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우선하기 위해 정치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비대해지고 절제 없는 입법권력을 제도적으로 막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세금으로 특정 이해집단에게 선심 쓰려는 구조를 '재정규율(fiscal rule)'을 법제화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결국 '정상화'는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정치기반이다.
'탈규제' 정책은 우리 경제가 4만 달러 수준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방향이다. 2만 달러대로 진입한 우리 경제가 내수를 확대할 수 있는 분야는 서비스업뿐이다. 그러나 서비스 업종은 경제논리가 아니고, 이념논리가 우선하는 분야다. 의료ㆍ교육ㆍ관광 등 서비스업에는 온갖 형태의 규제가 '공공성 강화'란 이름으로 촘촘히 얽혀져 있다. 전체 국민을 위한 '경제성'이란 논리가 공급자인 그들만의 철밥통 강화를 위해 '공공성'이란 논리로 포장돼 있다. 탈규제 정책은 단순한 경제정책의 일종이 아닌, 이념적 공세에 대응하는 경제논리로 국민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결국, 탈규제 정책은 위원회를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고, 논리를 제대로 펴서 여론전에서 이겨야 한다.
경제혁신안에는 '창조'도 중요한 전략으로 들어있지만, '정상화'와 '탈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창조'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정상화와 탈규제는 민간경제가 활동하는 틀이므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틀만 정립하면, 민간은 신바람 나게 창조한다. 창조는 파괴를 전제하기 때문에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란 용어를 사용했다. 정부는 절대 파괴할 수 없다. 위험과 책임추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창조는 민간의 영역이지, 정부가 해선 안 된다. 거꾸로 정부가 선도적으로 창조하면, 창조란 이름으로 민간에 대한 규제만 늘 뿐이다. 또 정부의 창조로 포장된 눈먼 돈을 선점하려는 민간경쟁만 치열해진다. 개혁안의 세 가지 전략 중에서 두 가지 전략만을 충실히 이해하면, 창조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결국, 세 가지 전략보다 두 가지로 압축하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현실화는 더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ㆍ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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