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10년 간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이 이 과정에서 3,00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9일 2003~2008년 5,01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조 회장과 이상운(62)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1998년부터 따지면 분식회계 규모는 8,900억원이지만 세금 포탈 등의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2003년 이후만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조 회장은 이 과정에서 세금 포탈(1,270억원), 위법 배당(500억원)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국내 및 해외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리는 방식으로 횡령(690억원)과 배임(233억원), 탈세(268억원) 범행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45) 효성 사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생활비 등으로 쓴 신용카드 대금 16억원을 효성 법인자금으로 결제하고, 부친 소유의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증여 받은 후 7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반면 차남인 조현문(44) 전 부사장과 고동윤 상무는 범죄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의 비자금을 이용한 로비 의혹은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고, 아들들도 조 회장의 불법행위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단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바로 불구속 기소한 것이 재벌 총수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앞서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가 범죄 소명 부족보다 지병 등의 이유였기 때문에 재청구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조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효성그룹은 "문제가 된 사안들은 회사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익을 취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판 과정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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