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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파쉼터 가보니

입력
2014.01.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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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보일러가 있긴 하지만 거의 안 틀어. 따뜻하게 겨울 보내려면 난방비만 몇 십만원인데 그럴 돈이 있나. 잘 때만 전기장판 켜는 정도지. 낮에는 여기 경로당에 와 있어. 따뜻하고, 돈 안 들고 얼마나 좋아."

서울에 올 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9일 오후 종로구 교남경로당. 최계순(89) 할머니는 "재개발 지역이라 집이 헐린 뒤부터 무허가 건물을 수리해 혼자 살고 있다"며 "외풍이 심해 난방을 해도 춥다"고 말했다. 최 할머니는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난방비 때문에 따뜻한 겨울은 언감생심이었는데, 한파 쉼터인 경로당 덕분에 오늘 같이 추운 날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0도, 체감온도는 영하 16도까지 떨어졌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에도 매서운 바람 탓에 체감 온도는 여전히 영하 10도 안팎을 맴돌았다. 서울시는 8일 오후 11시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자 한파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시행중인 한파쉼터는 한파 특보가 발효되면 심야시간에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올해는 경로당ㆍ복지관 등 복지시설 594곳, 주민자치센터 65곳 등 서울 전역 662개소가 지정ㆍ운영되고 있다.

평소 경로당을 찾는 노인들이 주로 한파쉼터의 손님이 되지만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일부터 쉼터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순예(71) 교남경로당 회장은 "8일 저녁엔 한 할머니가 인근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너무 추워서 몸 좀 녹이러 왔다'며 찾아와 3~4시간 쉬다 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평소엔 실내온도를 20도 정도로 맞춰 춥지 않을 정도로만 난방을 하지만, 한파쉼터로 운영되는 날엔 실내온도를 24도까지 높여 따뜻하게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또 거동이 불편한 주민과 독거 노인 등의 한파 피해를 막기 위해 간호사, 사회복지사, 한파 담당부서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한파 도우미 6,800명을 운영하고 있다. 한파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교남동사무소 직원 심은주(26)씨는 이날 오전 일찍 관내 집중 관리 대상 독거 노인인 권계란(89)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심씨는 "연탄 가스가 새지는 않는지, 전기 난로는 안전한 지 등을 점검한 후 할머니의 체온과 건강상태를 확인했다"며 "미리 배포한 소화용 스프레이 사용법을 다시 설명 드리고 내복은 꼭 입으시라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동주민센터 등 한파쉼터의 경우 접근 편의성이 떨어져 이용자 수가 많지 않고, 현실적으로 24시간 운영이 쉽지 않아 취약 시간대 한파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려는 당초 취지에 미흡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취약 시간대에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하보도나 공원 등 후미진 곳까지 수시로 순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는 한파 취약계층은 노인 돌봄 기본서비스 수혜자 등 4만2,000여명이며, 8일부터 9일 오후 6시까지 한파 쉼터를 이용한 인원은 3,104명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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