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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식물' 단장 상황에 팔짱만 낀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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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식물' 단장 상황에 팔짱만 낀 금융위

입력
2014.01.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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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이 일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아무런 일도 안 하면서 나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죠."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모(행시 37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단장은 모 보험회사의 기획팀장(상무급)으로 옮기겠다며 지난달 중순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 인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김 단장은 계속 자리를 지켜 오면서 조사단 내 금융위 역할은 들러리로 전락했다.

조사단은 주식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작년 9월 금융위원회 내에 출범시킨 조직이다. 금융위는 물론이고 검찰, 금융감독원, 거래소 등의 인력이 총 망라돼 구성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엄단하라고 주문한 뒤 설립됐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핵심 '주식시장 감시 기구'로 통할 만큼 중요한 조직이다.

물론 김 단장이 사의는 개인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사의를 표명한 지 한달 가까운 시간 동안 금융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단 전체를 조율하고 이끌어야 할 단장이 이미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안전행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 결과가 나오는 이달 중순까지 업무를 보라고 주문한 것이 금융위의 조치다. '식물 단장'에게 업무를 계속 맡으라는 지시였던 셈이다. 조사단이 설립 전후로 금융감독원의 특별조사팀과의 업무중복, 검찰과의 지휘권 갈등 등의 논란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안일한 대처라고밖에 볼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단장의 사의 표명은 조사단이 특별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중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시기와 겹친다"며 "금융위는 이 때 김 단장을 대기발령시키고 새로운 단장을 새우거나 최소한 단장 대리라도 인선해 업무를 주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시 전 기관투자가 등에게 실적을 흘려줘 손실을 줄이게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CJE&M에 대한 조사단이 조사 착수를 결정한 시기는 김 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무렵이었다.

공무원 개인의 잇속 챙기기와 금융위의 안일한 대처에 조사단은 검찰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임 단장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도 없다는 후문이다.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 조직이 혈세 써가면서 광화문 코오롱 빌딩에 하나 더 생긴 꼴이라는 비아냥은 금융위가 자초한 셈이다.

경제부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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