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0년 이상의 고참 검사로 구성된 경제사건 전담팀이 서울중앙지검에 꾸려진다. 직급을 떠나 '일하는 검찰'로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데, 하방(下放)이라 할 만한 파격적인 시도에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8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18기에서 23기 사이 고검 검사급들로 구성된 경제지원팀이 이달 중 서울중앙지검에 신설된다. 팀당 5명씩 2개 팀으로 형사부가 담당하는 각종 고소ㆍ고발 사건 가운데 사기 등 경제 관련과 장기 미제 사건들을 주로 맡게 된다.
사실상 형사부 검사 10명을 보강하는 셈이어서 과중한 형사부의 부담을 줄여 사건 처리도 그만큼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6월 현재 미제 사건은 6만2,435건에 달했으며, 이중 서울중앙지검이 8,804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형사부 강화는 김 총장이 2012년 한상대 전 총장의 사퇴 이후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부터 강조해온 것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현장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토털사커'(total soccer)와 같이 모든 구성원이 다시 뛰는 검찰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생과 밀접하게 관련된 형사부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총장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20기가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일선 부장검사 대부분이 25~26기인 점, 또 상명하복이 뚜렷한 검찰 조직의 특성상 대단히 파격적인 조치다. 검찰 내에서는 '신선한 발상'이라고 호평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사는 "고참들이 뒷방 늙은이처럼 놀지 말고 경험을 살려 일을 하라는 건데, 사기 같은 골치 아픈 사건에 대한 부담에다가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는 생각까지 더해지면 불만이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일부 고검 검사들 사이에서는 '발령 나면 사표 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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