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우리나라 면세점 해외진출 사상 가장 큰 사업권을 따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가의 장녀이자 호텔신라 CEO인 이부진(사진) 사장이 기획단계부터 직접 주도한 것으로, 삼성의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BJ(이부진사장의 영문이니셜)의 글로벌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호텔신라는 8일 세계 최대 허브공항의 하나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내 향수ㆍ화장품 면세매장 공개입찰에서 최종 운영권자로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10월부터 6년간 창이공항 1~3터미널의 향수와 화장품 총 20여개 매장(6,600㎡)을 운영하게 됐다. 아울러 2017년에 완공되는 제4터미널의 향수·화장품 매장 운영도 맡게 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 구역의 연간 매출이 2015년 6,000억원에 이르고 향후 6년간 총 4조원 이상의 매출증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장품과 향수는 여러 면세 상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품목. 가장 많은 승객들이 오가는 창이공항에서 가장 노른자위 면세매장 운영권을 매각하는 것인 만큼, 이번 입찰에는 뉘앙스-왓슨, DFS 벤처 싱가포르, 롯데면세점, LS트레블리테일, 킹파워그룹 홍콩, 월드 듀티프리그룹 등 면세분야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강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때문에 면세점 세계랭킹 7위인 호텔신라가 이들을 제치고 운영권을 따낸 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번 입찰에서 '삼성 스타일'을 십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운영에 삼성의 ITㆍ모바일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했고, 철저한 고객수요 분석을 통해 삼성 특유의 관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중소ㆍ중견 화장품의 동반진출 방안도 제안,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창이공항측 역시 "호텔신라가 혁신적인 유통 콘셉트를 제시했으며 튼튼한 재무구조도 돋보여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부진 사장은 2010년 CEO 취임 이후 주로 글로벌 사업을 챙겨왔다. 창사 이래 한 번도 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적이 없었던 명품브랜드 루이비통을 여러 차례 직접 설득, 인천공항 내 호텔신라 면세점에 유치했으며 해외 대형공항 면세점 진출도 추진했다. 이미 창이공항 3터미널에선 고가 패션 브랜드인 보테가베네타와 프라다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계매장 2곳도 이달 말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호텔신라측은 "앞으로도 해외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며 세계 빅3 면세점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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