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등 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를 놓고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톱스타 35명이 이 권리를 침해 당했다며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집단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일연)는 그룹 2AM의 멤버 정진운씨 등이 서울 강남구C성형외과 원장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배우 장동건, 송혜교, 김남길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슈퍼쥬니어, 원더걸스, f(x), 동방신기, 2PM 등 멤버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들은 조씨가 직원을 통해 병원 블로그에 홍보 목적으로 자신들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언론 기사를 동의 없이 올려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연예 및 광고산업의 급격한 발달과 광고 관련 분쟁의 증가 등을 들어 원론적으로는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의 근거 없이 독점ㆍ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초상권 및 성명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블로그 글이) 원고들이 C성형외과에서 치료 등을 받았다고 오인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퍼플리시티권은 1953년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 독자적인 재산권으로 처음 인정됐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법 규정이나 대법원 판례가 없어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진행된 비슷한 소송에서 소녀시대 제시카, 수애, 이지아 등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 받지 못한 반면, 가수 백지영과 배우 남규리는 지난해 6월 블로그에 자신들의 사진 등을 게재한 모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해 500만원씩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조씨의 변호를 맡은 송진욱 변호사는 "국민들이 연예인의 사진을 이용, 향유하는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이 되고 어디부터 위법한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퍼블리시티권, 초상권 등이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준이 빨리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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