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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전통+픽사의 DNA… 낯익지만 새로운 감동·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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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전통+픽사의 DNA… 낯익지만 새로운 감동·재미

입력
2014.01.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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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으로 이뤄진 건조한 그림이 스크린을 연다.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가 등장하고 험상궂은 악당이 이들을 쫓는다. 애니메이션 제국 디즈니의 초기 전성기를 장식했던 캐릭터와 손 그림이다. 디즈니의 원형질과도 같은 질감의 이 애니메이션은 캐릭터들의 한바탕 소동극을 거치며 첨단 3D 화면과 조우한다. 과거와 현재의 애니메이션이 만나 어떤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지 6분 동안 흥겹게 보여준다.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서두에 맛보기처럼 붙은 단편 애니메이션 '말을 잡아라'는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디즈니의 전통이 3D 기술 및 새 아이디어와 만나 21세기에도 면면히 이어질 수 있음을 은근히 과시한다. 동시에 디즈니의 영광이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겨울왕국'은 그런 자신감의 명확한 근거라 할 수 있다. 남다른 볼거리로 눈길을 잡고 영롱한 노래로 귀를 매혹시킨다. 유쾌한 웃음이 있고 신선한 감동이 있다. 디즈니 마법의 부활과 디즈니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수작이다.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호시절을 연상케 하는 여러 요소들이 외관을 이루는데 그 속엔 픽사의 DNA가 심어져 있다. 픽사의 설립자이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수장인 존 라세터의 그림자가 도드라진다.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 마니아였던 라세터(월트 디즈니가 설립한 칼아츠를 우등 졸업하고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일을 배웠다)는 '겨울왕국'의 총괄프로듀서로서 최고 지휘자 역할을 했다.

일단 이야기 뼈대는 매우 익숙하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고전동화 에서 착안했다. 얼음과 눈에 대한 갖은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공주 엘사와 그의 여동생 안나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다. 안나와 사랑을 키우는 얼음장수 크리스토프의 순정, 안나와 결혼하고 싶은 왕자 한스의 야심 등이 포개진다. 마법을 통제할 수 없어 오랜 시간 칩거했다가 여왕이 된 뒤 세상 밖으로 나온 엘사가 의도치 않게 자신의 왕국을 눈과 얼음의 세상으로 만들면서 영화는 갈등을 만든다. 산 속에 얼음궁전을 짓고 다시 세상과 단절한 엘사를 찾아나선 안나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이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향한다.

캐릭터들의 모습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엘사와 안나는 디즈니의 고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년) 속 백설공주와 닮은 꼴이고, 돌덩이 요정 트롤의 둥글둥글한 외모는 일곱 난쟁이를 빼 닮았다. 한스의 미끈한 얼굴은 백설공주와 키스를 하던 전형적인 '왕자님'을 떠올리게 한다. 뮤지컬 형식을 취하며 음악으로 그림에 활력을 주는 형식도 디즈니의 전통을 따른다. 귀에 익은 멜로디인 듯하면서도 새로운 감성이 깃든 8곡의 노래들은 '인어공주'(1989)와 '미녀와 야수'(1991)의 전성기를 되짚는 듯하다.

낯설지 않은 요소들이 가득하나 '겨울왕국'의 주인공들은 디즈니 옛 애니메이션의 관습적인 인물들과 결을 달리한다. 다소곳하기 마련이었던 공주들은 진취적이고 자유분방하다. 바른 사나이로 묘사되던 왕자는 뜻밖에도 음흉하다. 공주왕자 이야기가 흔히 도달하는 뻔한 결말을 거부하며 새로운 재미를 관객에게 안긴다. 영화 속 눈사람 요정은 "친구를 위해선 녹아(죽어)도 좋아"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주요 메시지를 함축하는 대사다. 남녀의 사랑보다 가족애와 우정을 강조하는 이야기 전개는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라세터의 세계관이다(본편 앞에 단편을 첨부하는 디즈니의 새 전통도 픽사에서 비롯됐다). 감독은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이다. 16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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