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미산 꼭대기에 있다는 도리천(忉利天)은 33개의 하늘로 이뤄져 있다. 이 하늘의 세계에 살면서 부처가 설법하는 곳에 나타나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며 꽃잎을 뿌리고 공양을 올리는 선인(仙人)을 비천(飛天)이라 한다.
불상, 사찰 장식 등 불교 목조각의 대가 허길량(60) 장인이 비천상 33점을 만들어 전시회를 연다.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소나무 비천이 되어' 전시회다. 2002년 통나무로 조각한 33점의 관음상을 전시해 화제를 모았던 허 장인이 12년 만에 여는 두 번째 전시다.
15세에 목공예에 입문한 허 장인은 불교 미술의 대가 우일 스님으로부터 전통 불교 조각의 형태, 비례, 색채 등의 기법과 의식을 전수받았다. 이를 통해 조선 중기 금호 스님을 시작으로 보응, 일섭, 우일 스님으로 전해진 계보를 이어 받았다.
비천상은 지름 80㎝ 이상의 큰 소나무를 통째 깎아 만들었다. 나뭇결을 살리기 위해 사포도 쓰지 않고 조각칼로만 새기고 다듬었다.
"사포로는 몇 번만 밀면 표면이 매끈해지지만 조각칼로 다듬으려면 100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조각칼을 쓰면 힘이 들지만 더 아름답습니다. 날리는 옷자락 등 얇은 부분은 나무 두께가 3㎜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실수로 나무가 부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통나무를 조각도로 파내 비천을 완성하는데 작품 당 3, 4개월이 걸렸다. 33점을 완성하기 위해 꼬박 10년을 고행하듯 깎았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비천상에는 번뇌를 씻어낸 고요한 얼굴에 환희심이 감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범접하기 힘든 난해한 과정 끝에 탄생한 불교문화의 정수"라고 평가했다. (02)580-1300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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