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2010년 도입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인정 체제를 과거의 국정교과서 체제로 환원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어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교과서가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면,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이념을 떠나 사실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역성을 들었다. 그 전날에는 황우여 대표가 YTN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한 가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게 국가적 임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주장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경북 청송여고를 제외한 모든 고교로부터 채택되지 않고, 일부 고교에서는 채택됐다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반발로 철회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정홍원 총리가 국정교과서 환원 검토를 밝힌 바 있는데, 이제 새누리당 지도부까지 나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어 조만간 이 문제로 한바탕 논란이 벌어질 것 같다.
우리는 지난해 11월7일자 사설(시대 역행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에서 비판한 바와 같이 국정교과서 체제 환원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본다. 학문의 자유와 교육자치라는 시대적 흐름을 역류하는데다, 국가라는 이름을 빌려 정권이 입맛에 맞게 역사를 재단하고 이를 교육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70년대 국정교과서가 채택된 이후 유신체제와 전두환 정권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가 헌정질서를 파괴한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고 독재를 미화하지 않았던가. 다시 그런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물론 보수 정당이나 학자들은 한국사 교과서들 중 다수가 해방 이후 상황과 분단 과정, 한국전쟁 원인 등을 진보적 관점에서 기술하고, 산업화와 성장에 대해서도 인색하게 평가한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이 국정교과서 체제로의 복귀는 아니다. 보수적 관점에서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그것이 교육현장에서 스스로 채택되도록 하는 것이 시장주의에도 맞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사실관계조차 수없이 틀린 교학사 교과서를 새누리당이 옹호하는 것은 스스로의 격을 낮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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