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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보안망 뻥… 고객 정보 1억건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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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보안망 뻥… 고객 정보 1억건 털렸다

입력
2014.01.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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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카드사 3곳에서 1억건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의 신상정보는 물론 카드 사용과 관련한 신용정보도 일부 포함돼 시중에 유통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들 카드사에 대해 현장 검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때마다 되풀이되는 금융회사 보안 부실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 홍기채)는 8일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카드사 3곳이 보유한 1억400만건의 고객정보를 불법 수집,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위반)로 신용평가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차장 박모(39)씨와 대출광고업체 대표 조모(36)씨를 구속 기소하고, 대출모집인 이모(3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KCB에서 신용카드 부정사용 방지시스템(FDS) 구축을 총괄해온 박씨는 2012년 10~12월 NH카드(2,500만명), 2013년 6월 KB카드(5,300만명), 12월 롯데카드(2,600만명) 등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고객정보를 이동저장장치(USB)에 몰래 빼냈다. 박씨는 이중 2,500만명의 정보를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조씨에게 1,650만원에 넘겨줬고, 조씨는 다시 이중 100만명의 정보를 이씨에게 2,300만원에 제공했다. 박씨가 유출한 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 외에도 카드대출기록, 카드실적 등이 상당수 포함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암시장에서 연락처 등 기본 인적 사항은 건당 5원 안팎이지만 카드대출 유무, 상환능력 등의 고급정보는 건당 1만원 이상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초기 단계에 검거가 된 만큼 유출 정보가 시중에 유통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만약 일부라도 시중에 나갔을 경우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박씨가 보안시스템이 허술한 카드사를 노려 의도적으로 정보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초로 FDS를 개발했던 연구진 중 한 명이었던 박씨는 사건 발생 직전인 2012년 5월 KCB로 이직했다. FDS는 고객의 카드사용패턴을 분석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자동 통지해주는 시스템으로 모든 카드사들이 사용한다. 현재 KCB와 FDS구축 제휴를 맺은 곳은 국민, 롯데, 농협, 신한, 삼성카드 등 5곳이다. 카드업계 보안담당 관계자는 "보통은 정보를 암호화 처리해 가공한 데이터로 FDS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이 경우 실데이터를 주고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박씨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실데이터를 USB 등에 담아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외부 용역업체 직원의 외부장치(노트북, USB) 반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반입이 되더라도 자료저장 등을 금지한다. 업계에서는 박씨가 USB로 대량의 데이터를 옮긴 것으로 볼 때 카드사 내부 보안 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보가 내부직원도 아닌 외부업체 직원을 통해 USB로 유출됐다는 것은 카드사 내부 보안망이 터무니없이 허술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해당 카드사들을 비롯해 금융회사별로 외부 직원의 정보 접근권한 현황 등에 대한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또 개인 정보 유출 관련 제재 범위와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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