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불어 닥친 20년 만의 한파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한파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2억 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북미지역에서 가장 추운 곳은 미네소타로 영하 37도를 기록했다. 디트로이트와 시카고도 영하 20도 이하의 추위에 시달렸다. 또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과 캐나다 전역이 영하권에 들었다. 바람으로 열을 빼앗길 때 느끼는 풍속냉각(wind chill) 온도는 더 낮아 영하 52도를 기록한 몬태나주를 비롯해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아이오와, 메릴랜드, 미시간, 노스다코타, 네브래스카주 등에서 영하 40∼50도까지 떨어졌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의 원인인 극지 회오리바람 ‘폴라 보텍스(Polar Vortex)’의 영향권에 든 인구가 미국에서만 1억8,700만명에 이르며 최대 2억명이 추위에 떨었다고 추산했다. 시카고에서는 40~60대 남성 4명이 쌓인 눈더미를 치우다 심장마비로 숨지는 등 추위로 인한 사망자도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교통마비 사태도 계속됐다. 6일 오후에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일리노이주 퀸시를 출발해 시카고로 향하던 암트랙 열차 3대가 눈더미에 막히면서 승객 500여명이 열차 안에서 밤을 새며 최소 14시간 이상 머무르는 불편을 겪었다. 이들은 다음날 버스편으로 시카고로 이동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에서는 7일 일부 장비가 얼어붙는 바람에 항공기의 착륙이 금지돼 전국 공항이 연쇄적 항공 대란을 겪었다. 미국에서도 이날 하루 결항된 항공편은 2,500여대였으며 지연된 항공편은 3,400여대에 달했다.
한편 켄터키주에선 탈옥한 죄수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되돌아오는 일도 벌어졌다. 켄터키의 한 교정시설에서 탈옥한 로버트 빅(42)은 하루 만에 인근 모텔로 들어와 “더 이상 추위를 견딜 수 없어 자수하려 한다”며 “경찰을 불러달라”고 호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병원에서 건강 진단을 받은 뒤 다시 교도소로 이송됐다.
시카고의 링컨파크 동물원에서는 추위의 대명사인 북극곰이 한파를 피해 실내 우리로 옮겨지기도 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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