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는 흑백 대결로 치러졌다. 민주당 흑인 후보인 톰 브래들리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백인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개표 결과 근소한 차이로 졌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속마음과 달리 모범답안을 말하는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게 된 연유다. 응답자의 심리나 행태가 여론조사 오류로 연결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90년 루이지애나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극우 비밀결사 KKK단 두목이 출마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20% 남짓 지지를 받았지만 선거에서는 44%를 득표했다.
■ 설문 문구를 어떻게 만드는가도 여론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대선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측이'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한가'를 제안하고, 안철수 측은 '문재인 대 박근혜''안철수 대 박근혜'대결 시 어느 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지를 묻는 문항을 주장해 갈등을 빚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 조사를 맡은 두 회사는 설문지 구성을 거의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그러나 A사는 노무현 46.8%, 정몽준 42.2%, B사는 노무현 38.8%, 정몽준 37.0%로 AㆍB사 간에 5~8%포인트 차이가 났다.
■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오류가 재현됐다. 광주지역 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만약 안철수 신당이 창당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겠습니까, 새누리당, 민주당, …, 안철수 신당'으로 물은 설문에서 신당이 민주당보다 20%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한 중앙지가 '다음 정당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새누리당, 민주당, …, 안철수 신당'으로 묻자 광주에서 민주당이 신당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안철수 신당을 어떻게 강조하느냐에 따라 지지도가 달라진 것이다.
■ 국내 여론조사는 후보와 언론사의 의도, 여론조사 기관의 부실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진다. 2004년과 2008년에 이어 2012년 총선에서도 출구조사가 빗나가 방송사들이 사과를 했다.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은 미국처럼 '여론조사 보도준칙'을 만들어 실천하는 등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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