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교육부가 역사 왜곡과 오류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가 처음 선정된 과정은 조사하지 않은 채 오히려 '채택 철회에 외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들에서는 선정 과정에서 교장의 압력이나 회유가 있었다는 교사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온 상태인데도 교육부가 이를 눈 감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조사를 받은 한 사립고의 교사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의를 10번도 더 하면서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서 교사들이 충분히 교장에 얘기했지만 존중되지 않았다"며 "사립의 경우 한 곳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재단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이날 교학사 교과서를 처음 채택한 과정에 대해서는 "교사의 평가(교과협의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결정을 했고 일부 양심선언 등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단위학교의 자율성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규정한 외압의 실체도 모호하거니와 그 판단도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교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학생들과 학부모, 동문, 위안부 등 피해자 단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의 정당한 호소와 표현은 외압이 아니다. 역사왜곡과 오류 교과서로 인한 학생피해를 우려한 정당한 요구일 뿐"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조사가 오히려 외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함량 미달의 교학사 교과서가 무리하게 검정에 통과된 이후 지금까지 교육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 책을 교육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각종 특혜와 편법을 서슴지 않아왔다"며 "이런 시도가 교육 수요자들의 힘으로 저지된 것인데 특별조사는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를 받은 한 교장은 "전화 및 인터넷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과 재야단체 항의가 있었지만 교과서 일부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학운위를 열어 재심의하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자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교학사 지키기 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예고했다. 나 차관은 "드러난 외압에 대한 행정조치나 법적 대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단위학교의 교과서 선정에 관한 의사결정이 보호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차관은 "교과서에 있었던 오류가 이미 수정이 됐는데도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웹 전시본에 이를 수시로 반영하거나 추가 수정된 내용을 알리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최초 검정합격 승인, 12월 수정명령에 따른 승인, 지난 3일 추가 수정요청에 따른 승인 등 유례없는 교육부의 '봐주기 수정'으로 단순 오류는 물론 내용까지 크게 바뀌어온 교학사 교과서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이번 교학사 교과서 사태로 드러난 것은 되레 사학을 중심으로 역사 교사들의 교과서 선정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교육부의 교과용 도서 선정 매뉴얼에 규정된 교사들의 교과서 채점, 추천권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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