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던 2011년 3월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서 “(철군을 지연시키려고) 나를 조종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며 격노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 장관은 ‘언제 철군을 시작할지 날짜를 못박는 건 곤란하다’고 말한 적 있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나 마이클 뮬란 합동참모본부 의장 혹은 자신을 두고 한 말이 아닌지 생각했다. 그러나 30여명 앞에서 감히 ‘자신을 조종한다’고 말한 사실에 매우 불쾌했다. 그는 “대통령이 사령관을 믿지 않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싫어했고, 자신이 승인한 전략도 믿지 않는다. 대통령이 전쟁에서 빠져나올 생각만 한다”고 결론 내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임명돼 오바마 정권에서도 유임됐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2006년 12월~2011년 6월 재임)은 14일 발간될 회고록 에서 오마바 대통령의 아프간전쟁 전략과 리더십을 강력히 비판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게이츠 장관은 회고록에 “내가 국가 통수권자와 군 지도부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해야 했기에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한 백악관 고위 관료들의 군 장성에 대한 의혹과 불신은 나에게 큰 문제가 됐다”고 고백했다.
백악관 참모진에 대한 불신도 컸다. 당시 전쟁을 조율했던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부보좌관 더글러스 루트 이라크·아프간 전쟁 담당 부보좌관에 대해 “공격적이고, 수상쩍고, 때로는 잘난체하며 군 지휘자들을 모욕했다”고 썼다. 특히 2010년 아이티 대지진 구호대책 논의 당시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이 얼마나 오랜 기간 그 일을 떠맡아야 하느냐며 불평하고, 대통령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더글라스 프레이져 미군 남부사령관이 구호지원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던진 일화를 공개하며 “오벌 오피스에서 그때만큼 화가 난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또 2011년 리비아 사태에 개입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토론할 땐 “백악관 참모가 국방부를 제외시키고 대통령과 군사적 선택을 의논해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고 적었다.
그는 국방부에 “백악관 참모에게 군사적 선택과 관련해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말라”며 충고하기도 했다. WP는 “전직 각료가 현직 대통령에게 이렇게 적대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회고록 말미에 “아프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재임 중 한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에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싫어하는지 사람들은 모른다”고 쓴 사실을 언급하며 “국방부 장관을 즐기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594쪽 분량의 이 회고록은 14일에 출간된다.
한편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NSC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을 최고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평가하고 그에게 매일 조언을 구했다”며 “게이츠 전 장관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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