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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월 9일] 일본을 보는 미국, 중국과 한국의 차이

입력
2014.0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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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일본의 아베 총리는 결국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실행하였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곧바로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실망스럽다'는 논평과 더불어 세계 외신들도 아베의 참배에 대체로 비판적인 반응을 전하였다. 또 그간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한국정부의 행동이 타당했음을 알리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중국은 외교부를 통해 한국에게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공동대응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적어도 한일관계에 있어서 동북아의 국제 정세가 한국을 향해 유리한 국면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아베 총리의 참배에 관한 반응을 넘어선 주변 강대국들의 전략적 행보를 자세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우선 미일관계를 보자.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나카이마 히로카츠 오키나와현 지사를 총리관저에서 면담한다. 26일 참배 후 27일 나카이마 지사는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현의 북부로 이전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의 연안부 매립신청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미일간 17년의 숙원이었던 미 해군의 오키나와 기지 이전 문제가 사실상 타결되는 순간이었다. 하루 전 아베의 참배문제로 실망을 나타냈던 미국은 27일에는 일본의 결단을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또 '집단적 자위권'을 통한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에 전략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참배 이슈 하나로 미일간의 관계를 속단하기에는 양국을 연결하는 전략적 끈이 너무 굵고 튼튼해 보인다.

중국은 한국보다 더욱 강하게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 내의 비판과 반일감정 표출 외에도 외교적으로 왕이 외교부장에 이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까지 나서고 있다. 한국과의 공동대응 제의는 물론 왕이 외교부장은 러시아, 독일, 베트남과도 아베 총리의 참배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러한 강한 반응에는 국내 정치적 이유 외에도 크게 세 가지의 외교 전략적 이익이 깔려있다. 첫째,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과 방공식별구역 획정 등으로 따가워진 국제사회의 시선을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 문제로 돌릴 수 있다. 둘째, 중국은 일본의 '정상국가론'과 아베 총리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신군국주의의 부활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베 내각의 왜곡된 역사관 하에서의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또는 재해석)과 군사적 재무장은 다시금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깰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게 되며, 결과적으로 미일 동맹 강화와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가 있다고 보인다. 셋째, 한국과 공동으로 일본의 역사인식문제에 대응함으로써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은 커지고 정서적으로 중국과는 가까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우려하는 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이어 한ㆍ미ㆍ일 방어협력체제가 나타나는 것을 막거나, 적어도 한국이 미일 동맹으로 급속히 기울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계산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과의 대화를 거절하고 있는 한국은 우선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일본의 역사인식문제는 일부 우익 정치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분명하게 한정하고 일본 내 평화ㆍ양심 인사들의 존재와 활동을 인정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이 호도되어 한일간의 감정싸움으로 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정부와 국민이 역사와 영토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 그 외에도 북한 핵과 통일문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선 미중의 전략적 목표와 행동을 이해하고, 일본과는 실무자급에서 양국 이익에 관한 경제, 안보, 문화 교류의 융통성 있는 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이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에 비판적이기는 하나 한일 간 현실적으로 해야 할 것은 한다는 이미지를 보여 대일(對日)관계에서 우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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