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월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한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북한 지도부의 권력 변동을 엿볼 수 있는 첫 정치 행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사회주의 헌법 제90조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상임위원회 결정이 7일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대의원 임기는 5년으로 현 제12기 대의원 687명은 2009년 3월 선거를 통해 뽑혔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노동당이 선거구마다 선정한 단독 후보가 100% 지지를 받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탓이다. 지난 12기 선거 때도 투표율 99.98%에 찬성율 100%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의원 선출은 당과 군, 내각 고위 인사들이 대부분 대의원 직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권력 엘리트들의 변동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홀로서기'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나 다름없다. 현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기 체제 때인 2009년 뽑혀 완전한 김정은의 사람들로 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미 당과 군의 고위급 인사에 대한 물갈이를 상당부분 진행한 만큼 대의원 선거에 이어 4월쯤 국방위원회나 내각 등 국가기구의 인선이 완료되면 세대교체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게 된다. 지난 12기 선거 때에도 대의원 교체 비율은 45%에 달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양형섭 부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80대 중후반의 고령이어서 이들을 2선 후퇴시키고 국가기구도 젊고 유능한 신진 인사들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의 퇴출 여부도 주목거리다.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장성택과 가까웠던 인사들이 대의원에서 탈락할 경우 후속 숙청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대의원 명부에 이름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김정일은 1982년 제7기 대의원 선거부터 계속 후보자로 추대됐지만, 김정은은 아직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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