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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1월 9일] 영화 <변호인>과 문재인

입력
2014.01.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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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 기세가 뜨겁다. 지금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1,000만 명 관객 돌파도 시간문제 같다. 국민 넷 중 한 명이 볼 정도이니, 제작 의도와는 무관하게 관객들은 이 영화를 선택함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지고 있다고 짐작된다. 특히, 답답한 지금의 정치 현실과 관련해서 꼭 짚어볼 메시지가 있다. 단서의 시작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그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인이 되었다. 비극적인 그의 끝과 이후를 모르면 몰라도, 안다면 어떤 관객도 인권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을 편하게 보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명박근혜 정부'가 약자를 위한 정치를 충분히 잘 펼쳤다면, 극장 밖을 나서며 관객들은 '그래, 그런 대통령이 있었지.' 하며 홀가분하게 그를 추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많은 관객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에, 의 열풍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착잡하다. 만약 이 영화가 송강호의 명연기를 감상하는 휴먼 드라마로 소비되었다면,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을 보며, 주요 언론들은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식도 지난 1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이 불러일으킨 노무현과 그의 시대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이 지점에서 나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문재인 의원이 대답할 차례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 그는 지난 1년 동안 중요한 시국 현안에 대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가끔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였다.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했고, 지난 1년 동안 살기 더욱 팍팍해진 국민들이 희망을 걸 만한 정치인은 없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의 '젊은 노무현'을 통해서 둘 곳 없던 답답함을 표출한 듯하다. 이렇듯 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펴보게 하였다면, 유력정치인들은 이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잘 살펴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 개봉 무렵부터 문 의원의 모습이 언론에 부쩍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손석희와 인터뷰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친노에 대한 프레임논쟁, 현 정국에 대한 견해 및 차기 대선에 역할이 주어지면 피하지 않겠다"고 적극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문 의원이 현실 정치에 대한 복귀를 더 지체하다간 너무 늦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유야 어떻든, 타이밍은 아주 좋았다. 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후퇴 및 철도 민영화 논란, 남북 대결구도 등 굵직한 현안에서 문재인식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서 최소한 지난 대선 때 그를 선택한 48%의 국민들에게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인가.

국가 지도자는 시대의 부름을 외면하지 않는다

보통 수준의 정치 견해를 가진 내게는 그가 참여정부의 공과(功過)를 잘 이해하여 공은 계승하고, 잘못은 발전시킬 역량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비롯해 불가능해 보이던 야권통합까지 무난히 이뤄 냈는데, 이런 화합과 통합의 정치가 지금 격렬하게 대립하고 분열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큰 정치인은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한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구성원의 욕망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따라서 을 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리웠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문의원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움은 눈물로 달랠 수 있지만, 눈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패배의 교훈을 발판 삼아 민주진보진영은 미래를 향해 적극 나아가야 한다. 바로 이것이 의 열풍을 통해 국민들이 문재인 의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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