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육아휴직을 3개월만 신청하라고 했는데 6개월로 신청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역건강보험증이 나와서 제가 퇴직 처리된 걸 알게 됐어요. 퇴사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 너무나 황당합니다."(3년 근무한 제조업체에서 퇴사 당한 인천에 사는 A씨)
"사장이 '임신해서 배가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회사를 그만두라고 합니다.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안 된다고 하네요."(경기 안산시 거주 B씨)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려는데 회사에서 대체 인력을 고용했다며 퇴사를 종용합니다. 제가 만약 출근을 하면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만들겠다며 협박까지 합니다."(대구 거주 C씨)
정부가 여성 고용률 높이기를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부당 대우와 차별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8일 지난해 전국 10개 지역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 2,794건을 분석해 '2013년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집'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담 중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권 관련 상담이 전체 상담의 42.7%(1,129건)로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2003년(13.6%)보다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상담 유형별로는 출산전후휴가가 44.5%(502건)로 가장 많았고, 육아휴직(38.2%), 임신ㆍ출산 불이익(5.8%), 임신ㆍ출산 해고(3.7%) 순이었다.
사례집에 따르면 임신을 하면 관례상 퇴사해야 하는 사업장이 많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또 여성 노동자가 임신 사실을 알리면 "개념 없이 결혼하자마자 임신하는 사람이 어딨냐" "애 낳고 일이나 제대로 하겠냐"며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힌 정권이 출범했는데도 임신ㆍ출산에 따른 불이익과 해고 등 불법 상황에 대한 상담이 전년보다 상승했다"며 "통계에는 실제로 불이익을 당한 경우만 포함시킨 것으로, 불이익이 예상돼 상담한 것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또 "아직도 인사담당자나 근로자가 모성보호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제도가 유명무실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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