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끊긴 아이들과 제발 무사하게 다시 만나길 기원하고 있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재단)의 권기정(38) 남수단 사무소장은 8일 본지와의 인터뷰 순간에도 온통 남수단에 남겨둔 아이들 걱정뿐이었다.
사실 권 소장은 지금 이 순간, 남수단 지역에 머무르며 재단이 직접 돌보고 있는 18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희망을 얘기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부터 남수단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악화해 5일 후인 20일 아동 지원 사업을 잠시 중단하고 직원들과 함께 귀국했다.
권 소장에 따르면 재단 사무소가 있는 남수단 수도 주바와 종글레이주 보르지역은 각각 딩카 족인 정부군과 나머지 종족으로 구성된 반군에 점령됐다. 정부군과 반군은 상대 부족에 대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는 등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권 소장은 “군인들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말을 걸어 자신의 부족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살했다”며 “지금도 남수단에 남아 있는 아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 답답할 지경”이라며 탄식했다.
재단은 2012년 4월부터 남수단 현지에서 전쟁고아들을 돌보며 초등학교와 직업재활센터를 세우는 등 아동ㆍ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권 소장은 사업 초부터 지금까지 남수단 사무소장을 맡아 직원 6명과 함께 현지 아이들 180여 명을 돌봐 오고 있다.
그런 권 소장이 봉사활동을 천직으로 삼게 된 계기는 2001년 지인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다. 그는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해맑은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이 일을 평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비록 몸은 힘들고 내전 등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권 소장은 르완다, 에티오피아, 아이티 등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해당 지역 아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아내도 10년 전 르완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났다”며 “봉사활동이 나에게 오히려 더 많은 선물과 보람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권 소장은 최근 다시 남수단으로 돌아가기로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 비록 남수단 현지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아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더는 국내에 머무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권 소장은 “재단 지원을 받은 아이 중에 장애가 있는 아동들도 많은데 이 아이들이 걱정돼 다시 남수단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이들과 다시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이날 밤 9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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