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에는 뛰어난 용병들이 많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를 지탱해주는 레오 마르티네스(24), 세계 ‘3대 공격수’로 꼽히는 리버맨 아가메즈(29ㆍ현대캐피탈), ‘호주산 폭격기’ 토마스 에드가(25ㆍLIG손해보험) 등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들이 꼽은 최고 용병은 따로 있다. 바로 대한항공의 마이클 산체스(28)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마이클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선수다”고 말했다. 선수를 보는 안목이 남다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볼을 처리하는 테크닉이 정말 좋은 선수다”고 밝혔다.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남겼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마이클을 데려왔다. 그렇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모든 틀이 어긋났다. 국가대표 세터인 한선수(29)가 군입대를 하면서 계획은 헝클어졌다.
마이클은 뛰어난 체공력에 상대 블로커를 보고 때리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리시브가 잘 되지 않았을 때 2단 토스를 처리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서브 득점 1위(세트당 0.5개)에 올라있을 정도로 강력한 서브까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마이클의 공격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무려 4명의 세터를 교체했다. 개막전을 치르고 군에 간 한선수를 포함해 황동일, 백광언, 조재영까지 세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마이클이지만 들쭉날쭉한 토스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이클은 경기 중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고 묵묵히 스파이크를 성공시킨다.
마이클은 “올 시즌 4명의 세터와 경기를 하면서 공 배분에 대한 속도와 높이가 어려워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세터 부분만 좀 더 안정된다면 더욱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량뿐만 아니라 인성적인 부분도 최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 동안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거쳐 갔지만 마이클은 가장 겸손한 선수”라며 “1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패하자 ‘내가 못해서 진 것 같다’고 오히려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앞으로 신인 조재영을 중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동안 (재영이가) 마이클에게 가는 백토스 연습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이제는 변화를 줄 것이다”고 전했다. 마이클은 “아직 팬들에게 보여 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다. 부족한 것들을 더 연습해서 팀이 승리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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