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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원시의 숲 트레킹, 천연한 자연 속 캠핑으로 ‘힐링’…제주도 곶자왈 ‘트램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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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원시의 숲 트레킹, 천연한 자연 속 캠핑으로 ‘힐링’…제주도 곶자왈 ‘트램핑’

입력
2014.01.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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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핑(Tramping)이라는 것이 있다. 트레킹과 캠핑이 결합된 레저다. 천연한 자연 속에서 마음껏 걷다가, 적당한 곳에 터 잡은 후 캠핑을 경험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 또 뉴질랜드나 일본 등에서는 제법 친숙한 여가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단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조금씩 회자되는 추세다. 강원도나 제주도 등 자연 경관 수려한 곳을 찾는 ‘트램핑족’들이 제법 있단다.

이런 트렌드 맞춰, 제주도에서 트램핑을 해봤다. 제주신라호텔에서 투숙객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평일인데도 20여명이 모였다. 화순곶자왈 일대를 두 시간쯤 걷더니, 어느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캠핑을 즐기는데, 이거 참, ‘힐링’ 된다. 게다가 제주도는 제주도인지라, 볕이 드니 1월인데도 날씨가 봄처럼 푸근하다.

●한 겨울에도 싱싱한 초록빛 가득…화순곶자왈

화순곶자왈 일대에서 트레킹을 한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다.

곶자왈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곶’은 큰 숲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다. ‘자왈’은 덤불이다. 그래서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범벅이 돼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숲 덤불이다.

제주도 중산간지역의 숲 덤불은 여느 곳과 좀 다르다. 열대성식물의 북방한계선과 한대성식물의 남방한계선이 공존하는 덕에 이질적인 두 식물이 한 데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독특한 제주도의 지형 덕이다. 화산 분출 시 점성 높은 용암이 흐르다 굳어지고, 다시 쪼개져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가 된다. 이것들 비집고 식물들이 자라 숲을 이룬다. 이런 지형은 보온과 보습효과 뛰어나다. 또 물 빠짐이 좋아서 지하수가 풍부하다. 그래서 열대성식물도 잘 자라고 한대성식물도 잘 버틴다. 이런 형태의 숲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다.

20여년 전만해도 곶자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단다. 사람 다닐 수 없으니, 그냥 쓸모없는 공간이라 치부된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인적 없었으니 오히려 동물과 식물의 보고가 됐다. 점차 특별한 생태적 가치가 인정받더니 지금은 아주 후한 대우 받고 있다.

제주도에는 한경-안덕, 조천-함덕, 애월, 구좌-성산 등 네 곳의 큰 곶자왈 지대가 있다. 화순곶자왈은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에 속한다. 병악(492m)에서 시작해 화순리 방향으로 9km에 걸쳐 분포하는데, 1.5km의 폭으로 산방산 근처까지 이어진다.

상쾌한 아침공기 들이마시며, 천연한 숲에 든다. 열대성 상록 활엽수가 제법 자라는 덕에 한 겨울인데도 숲에는 ‘초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시간의 질서 무너진 숲은 1월에도 봄처럼 싱싱하다. 세상과 단절된 비밀의 공간이 따로 없다. 볕이 드니, 숲에는 한기가 없다. 흰 눈 가득 쌓인 산야를 걷는 일도 겨울 트레킹의 제멋이지만, 겨울 한 가운데서 초록의 숲을 탐하는 일도 참 흥미로운 경험이다.

나무가 제멋대로 가지를 뻗는다. 온갖 착생식물들이 나무 몸통에 붙어 자란다. 흩어진 돌덩이에도 이끼가 잔뜩 붙어있다. 묵직한 시간의 깊이 느껴지니, 숲은 또 숨 멎을 듯 경건하다. 나무 한 그루만 오래 됐어도 신령스러운데, 숲 전체가 이러니 이 느낌 수 백 배다. 새소리, 바람소리는 또 어찌나 맑은지, 걷는 내내 귀가 즐겁다. 개가시나무, 새우난, 더부사리 고사리 등이 한 가득이다. 모두 멸종위기 식물이란다. 긴꼬리딱새, 제주휘파람새 등은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이처럼 50여종의 동식물이 이 숲에 몸 붙이고 산다.

천지가 돌덩이인, 이 척박한 땅에 뿌리내린 나무들이 대견하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뿌리는 돌멩이를 감싸듯 꼭 움켜쥐고 있다. 사는 것 참 퍽퍽하다 느껴질 때, 숲에 들어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마주하면 큰 위안이 된다. 이런 숲 하나 가슴에 품으면, 고단한 삶에 천군만마 얻은 듯 든든하다.

숲에는 눈이 놀랄 장쾌한 풍광은 적다. 대신 가슴에 오래 남을 여운 깊은 것들이 많다. 돌멩이 겹으로 쌓은 잣담이 정겹다. 소나 말이 깊은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든 담이다. 곶자왈은 마소의 먹이가 풍부해 방목장으로 많이 사용된다. 제주도 목축문화의 산물이 잣담이다. 화순곶자왈 들머리의 너른 초지에 소떼가 게으름 부리며 풀 뜯는 모습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숲에선 근대의 질곡도 만난다.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일본군막사가 있다. 울울창창한 덕에 곶자왈은 요새로서 최적의 장소였다. 막사 주변으로 당시의 무기저장소, 텃밭, 취사시설, 참호 등의 흔적이 산재한다. 제주도 여러 곶자왈 중에는 4ㆍ3사건 당시 민간인 숨어들었던 곳들도 제법 많다.

가슴 뻥 뚫릴 풍광은 전망대에서 만난다. 산방산 배경으로 태초의 모습 간직한 숲이 발아래 펼쳐진다. 큰 숨 한번 들이켜면, 도시에서 얻은 체증 싹 가신다. 바다도 있고, 오름도 있지만, 숲이 있어 제주도가 더 제주도답다는 것을 이 풍경 보면 알게 된다.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형성된 화순곶자왈 탐방로 길이는 약 4.5km다. 쉬엄쉬엄 걸으면 1시간 30極【?2시간 걸린다. 전문가가 동행하며 이런저런 설명해주니 트레킹이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 어린이들 걸어도 부담 없을 만큼 길은 판판하다.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그냥 찾아가 걸으면 된다.

●고즈넉한 소나무 숲에서 즐기는 캠핑

캠핑장은 애월읍 소나무 숲에 있다. 제주신라호텔에서 조성, 운영하는 곳이라 이 호텔 투숙객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제주도 서부지역의 대표 오름인 노꼬메(놉고메ㆍ녹고메)오름 아래 어디쯤 된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나무들의 자태가 시원하다. 사위는 어찌나 고요한지 ‘바스락’하는 낙엽 밟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이 숲 한가운데 10여 동의 예쁜 텐트가 있다.

텐트마다 캠핑테이블이 갖춰진다. 텐트 안에는 침낭과 전기장판까지 들어있고, 텐트 앞에는 전기히터까지 마련돼 있으니 추위 덜 수 있다. 요즘 캠핑 붐이다. 사시사철 자연 속으로 떠나는 이들 참 많다. 겨울 캠핑의 매력은 호젓함이다. 숲에 들어 ‘망중한’을 제대로 즐기려면 사람 북적이는 여름보다 오히려 지금이 낫다. 캠핑 좀 한다는 이들은 그래서 겨울 캠핑 제법 선호한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 개인이 불을 피우지 못해 직접 요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 대신 캠핑 사이트 한 편에서 요리사가 캠핑과 어울리는 요리를 해 각 텐트로 가져다준다. 제주산 식재료로 만든 요리는 제법 먹음직스러운데, 단호박 안에 버섯과 밤 등을 곁들인 영양밥을 넣고, 돼지고기, 닭고기, 전복, 소시지 등과 함께 담아 연잎으로 감싼 후 정성스레 찐다. 메인 요리에 앞서 와인을 넣어 데운 글루바인이, 메인 요리 뒤로는 원두커피와 딸기 등으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가 나온다. 모락모락 김 나는 요리 앞에 두고 앉으면, ‘요리 하는 맛이 캠핑의 절반인데’ 하는 생각 쏙 들어간다.

나머지 절반의 재미 즐기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캠핑 의자에 몸 파묻고 바람소리,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듣는 것이 그것이다. 눈 감으면 도시에서 들을 수 없는 맑은 소리 들을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절로 상쾌해지니 이게 ‘힐링’인가 싶다. 숲이 참 멋지니 ‘명품’ 산책도 가능하다.

제주도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한 번 가본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또 가는 이유는 이 예쁜 풍경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트램핑으로 즐기는 제주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또 다른, 참 새롭고 신선한 여행지로 다가온다.

●여행메모

△호텔 패키지로 간편하게 트램핑 즐기기: 제주신라호텔이 ‘윈터 트램핑’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트램핑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을 보면, 오전에 약 2시간 정도 트레킹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며 캠핑을 즐긴다. 캠핑을 할 때에는 요리사가 현장에서 만든 캠핑요리가 제공된다. 캠핑장 옆에는 말목장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점심식사를 겸한 캠핑 시간은 2~3시간이다.

트레킹 장소는 오름, 곶자왈, 올레 등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조금씩 변동된다. 레저 전문직원(G.A.O)이 동행한다. 길 안내도 해 주고 이것저것 설명도 해 준다. 무작정 걸을 때보다 설명 들으며 걸으니 트레킹이 훨씬 재미있다. 트레킹 참가자에게는 장갑 등 간단한 장비와 간식거리가 들어있는 배낭이 제공된다(끝나고 반납해야 한다). 필요하면 트레킹화, 점퍼 등도 대여해 준다. 장비와 의류가 참 깨끗해 빌린 것 같지 않다.

패키지 이용하면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다. 호텔의 야외 온수풀 이용이 가능하다. 자쿠지도 있고, 핀란드식 사우나 시설도 마련돼 있다. 겨울 노천에서 즐기는 스파와 사우나가 일품이다. 풀 사이드에선 화려한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이만하면 한나절 즐기기에 손색없다.

윈터 트램핑 패키지는 두 종류다. 트레킹만 포함된 A타입은 1박에 33만원부터, 트레킹과 캠핑이 포함된 B타입은 43만원부터(각 2인 기준, 세금 및 봉사료별도)다. 객실, 야외 온수풀과 자쿠지 무료이용, 프라이빗 비치 하우스 무료이용, 조식(2인), 와인파티 입장권(2인)이 공통으로 포함된다. 13~16일, 20~23일, 26~29일은 ‘트램핑데이’다. 이 기간 A타입 패키지를 선택하더라도 2박 이상 투숙하면 캠핑(런치)까지 즐길 수 있다. 호텔 투숙객은 트레킹만 별도로 신청 가능하다. 1인 2만원이다. 제주신라호텔 1588-1142

△나만의 트램핑 즐기기: 호텔 패키지 프로그램 이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름, 올레, 곶자왈 등 원하는 곳을 찾아 트레킹을 즐기고 적당한 캠핑장 찾아 텐트 치면 된다. 곶자왈이나 한 겨울 초록 완연한 숲 트레킹 장소로 화순곶자왈 말고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곶자왈(함덕초등학교 선흘분교 인근, 총 약2.5km), 교래리곶자왈(교래자연휴양림, 생태관찰로 1.5km, 큰지오름산책로 약 3.5km),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총 약 2.8km) 등이 초보자가 트레킹하기에 괜찮다.

제주도의 자연은 개인의 취사와 야영이 금지된 곳이 대부분이라 허가 받은 캠핑장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필수다. 제주시 회천동 제주삼무야영장(064-721-2135), 서귀포시 성산읍 모구리야영장(064-760-3408) 등이 캠퍼들이 추천하는 곳들이다.

제주=글ㆍ사진 김성환기자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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