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잠정치)를 발표한 7일 아침. 시장에선 '어닝 쇼크'얘기가 나왔다. 영업이익규모가 국내 증권사들의 애초 예상치 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하락과 맞물려 '스마트폰 한계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닝 쇼크'평가는 쑥 들어갔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닝 쇼크와는 큰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4분기 매출은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1% 줄었다. 특히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한 전 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감소율은 무려 18%에 달한다. 더구나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9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터라 8조3,000억원의 4분기 실적은 표면적으론 어닝 쇼크로 읽힐 만했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영업이익 축소에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요인은 특별상여금.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포 20주년에 맞춰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는데, 전 세계 직원수가 32만 명에 달하다 보니 나눠준 돈이 무려 8,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환율하락까지 겹쳤다. 특별급여나 환율 같은 영업외적 요인만 없었다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을 크게 웃돌았을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스마트폰 한계론도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량은 2012년 3억2,930만대에서 지난해 3억9,830만대로 늘었고, 시장점유율도 2012년 32.9%에서 지난해 34.6%로 증가했다. 그만큼 1위 지위는 더 공고해진 셈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인위적 판매확대 보다는 시장에 깔리는 재고를 줄이는 정책을 선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량확대를 위한 가격할인은 영국에서 갤럭시노트3를 사면 손목시계형 주변기기인 갤럭시기어를 끼워주는 정도가 전부였다"면서 "대대적 물량 밀어내기 전략을 폈다면 4분기 실적은 좋아졌겠지만 올해 초에 그 후유증을 앓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 4분기 재고를 최대한 줄인 탓에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이 좋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130만4,000원)는 이날 3,000원 떨어지는데 그쳤다. 전 분기보다 악화된, 시장 예상치 보다 낮은 실적에 대해 시장은 별로 우려하지 않고 있으며 실상 '어닝 쇼크'가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28조4,200억원, 영업이익 36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실적으론 사상 최대이며, 특히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30조원 고지를 밟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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