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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월 8일] 금강송

입력
2014.01.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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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복원 때 금강송 대신 러시아 소나무를 썼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는 신응수 대목장은 한 때 금강송의 실체 자체를 부정했다. 2011년 MBC TV 인터뷰에서다. 그 때도 광화문 현판이 갈라지자 금강송을 썼느니 안 썼느니, 논란이 일었다. 신 대목장은 금강송의 재질 특성을 해명하는 맥락에서 "금강송이라는, 이런 있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는데, 이것은 얘기가 안 된다"며 짜증을 냈다. 방송사는 그의 주장에 근거해 해당 프로그램에 '금강송은 없다?'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했다.

■ 물론, 금강송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신서 제59호 소나무 수종 분류에도 '금강소나무(Pinus densiflora for erecta)'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올라 있다. 명명자는 1928년 일본인 학자인 우에키 호미키(1848~1977)다. 다만 우에키의 수종은 생물학적 품종 분류가 아니라, 분포 지역에 따른 외형적 특성에 초점을 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신 대목장이 부정한 금강송의 실체도 그 존재가 아니라,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거나, '금강석처럼 야무진 목재'라는 식의 재질에 관한 과장된 신화였던 셈이다.

■ 우에키에 따르면 금강송은 백두대간 태백산맥 지역, 특히 금강산에서부터 강원도 양양, 강릉, 동해, 삼척과 경북지역인 울진, 봉화, 영양 등지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가리킨다. 재질에 대해선 비교적 수간(樹幹)이 전봇대처럼 곧게 자라며, 100년 이상 된 성숙목의 경우, 건조 시 뒤틀림과 갈라짐이 적다는 정도의 언급뿐이다. 따라서 금강송이 반드시 '금강석처럼 야무지고 갈라짐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틀렸다는 신 대목장의 주장은 옳다.

■ 하지만 금강송 재질의 불완전성을 인정해도, 신 대목장이 정부가 납품한 토종 금강송 대신 다른 소나무를 임의로 돌려 썼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2008년 삼척서 남대문 복원용 금강송을 벌채할 때 뻑적지근하게 고사까지 지냈던 건 그 재목 하나하나에 남대문 복원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신 대목장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어처구니 없는 바꿔치기만은 없었기를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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