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겨자 알이라도 모두가 중한 과보가 있으니 차라리 손을 끊을지언정 자기 재물이 아닌 것은 취하지 말고 항상 청렴한 마음을 갖고서 선근(善根)을 키워야 한다.'(능엄경)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는 겨자는 이처럼 불교 경전에서도 살리살발, 흑개자, 사리사바 등의 이름으로 자주 언급된다.
불경 속 식물들을 10년 가까이 연구해온 종교 식물학자 민태영(53)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이 (운주사 발행)를 출간했다. 민 원장은 2011년 (이담북스 발행)을 통해 불경에 나오는 식물에 관한 책을 국내 최초로 냈는데 이번 책이 후속 작이다.
"불경을 읽다 보면 이름도 낯선 생경한 식물들이 많이 나옵니다. 불경에는 왜 식물이 이렇게 많이 등장할까 하는 궁금증을 풀려다가 책까지 냈습니다."
민 원장은 "불경에 나오는 식물들은 부처님 시대부터 수행과 가르침의 현장에서 함께 하며 불교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이자 매개"라고 설명했다.
불경에는 식물 중에서도 연꽃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민 원장은 이와 관련해 "무명(無明)에 둘러싸여 있어도 깨달아 불성을 드러내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불교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꽃은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영적 신성 능력을, 유교에서는 군자의 청빈과 고고함을, 도교에서는 신선세계를 각각 상징한다.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는 동시에 이웃을 위해 살라는 불교의 화과동시(花果同時)도 연꽃이 꽃과 열매를 동시에 맺는 습성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밖에 연꽃 씨앗은 수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채 보존되다가 조건이 되면 다시 발아하므로 불생불멸과 종자부실(種子不失)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실제로 함안박물관이 2009년 성산산성에서 발견한 연꽃의 씨가 이듬해 700여년 만에 꽃을 피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종교 식물학'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민 원장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식물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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