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를 밝힐 핵심증거인 RO(Revolution Organizationㆍ지하혁명조직) 회합 녹음파일이 7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하지만 소음이나 녹음 불량으로 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상당 부분이 부정확하게 들려 RO의 실체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주장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섰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이날 32차 공판에서 지난해 5월 10일과 12일 각각 경기 광주시 곤지암청소년수련원과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수도회에서 열린 모임의 녹음파일 5개(총 5시간 30분 분량)를 증거 조사했다. 녹음파일 청취는 재판부가 검찰 측 녹취록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녹취록을 동시에 비교 검토하는 방식으로 하루 종일 진행됐다.
먼저 재생된 곤지암 모임 녹음파일은 초반 5분여 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인사를 나누고 잡담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아이들 우는 소리도 들리는가 하면 운동권 가요로 추정되는 음악도 나오는 등 은밀한 모임으로 보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위기였다. 사회자의 소개를 받은 이석기 의원은 모두 발언 도중 아이 우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전쟁에서 아이들 데리고 오는 거 아니다. 지금 적절치 않다"며 모임 재소집을 지시했다.
특히 이 의원이 김근래 피고인(경기도당 부위원장)을 향해 외친 말이 검찰 주장처럼 "지휘원"인지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지금 오나"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발언은 RO의 실체 판단과 관련돼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중요한 대목이지만 녹음파일 재생을 통해서도 명확한 발음을 확인할 수 없어 이 부분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게 됐다.
5월 12일 합정동 모임 녹음파일 역시 청취 후 양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틀 전 모임과 달리 강연 전의 소란스러움은 이 의원이 등장하자 금세 차분하게 바뀌었지만 강연 도중 40여 차례나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다만 녹취록을 통해 알려졌던 이 의원의 "필승의 신념으로 정치ㆍ군사적, 물질ㆍ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육성을 통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때때로 웃음을 유도했지만 말미에 전쟁에 대해 말할 때는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를 썼다. 또 대북정책과 미국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3차 핵실험은 대단하고 엄청난 것" "북은 모든 행위가 애국적" 등으로 미화했다.
이어진 권역별 토론회도 웃음소리가 간간이 섞이는 등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대부분의 권역에서 총과 전기ㆍ통신 분야 공격 등의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파일 청취 후 변호인단은 "언론을 통해 유출된 녹취록만 보면 엄중한 내란음모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당시 모임은 현 정세의 본질에 대해 설명하면서 반전평화를 도모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회합 취지는 결국 전시상황 등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면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해 조국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9일 33차 공판에서 증거로 채택된 나머지 27개 녹음파일을 2012년 6월부터 시간 순서대로 증거 조사할 예정이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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