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위해 쉽게 풀어쓴 수학책이나 물리학 책을 가끔 본다.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어느 페이지에서는 반드시 수의 아름다움, 논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을 만나게 된다. 수학공식에는 젬병이지만 대략 머리를 굴려보면, 간결하고 보편적이며 통찰력 있는 증명이나 이론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 같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같은 거 말이다. 수학자 폴 에어디쉬는 이미 타당한 증명을 얻고서도, 타당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한 증명을 얻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나로서는 증명 과정이나 도출된 이론을 찬찬히 살필 눈이 없으니 어디가 어떻게 아름다운지는 잘 모르겠다. 대신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게 된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 한 알에 대한 직관만으로 뉴턴이 과학의 역사를 새로 썼을 리는 없다. 직관을 법칙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좌절이 따랐을 것이다. 또 뉴턴은 끝내 성공했지만, 그 법칙을 위한 밑거름만 마련한 채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패도 있었을 것이다. 간결하고 보편적인 법칙이 수학적으로 아름답다면, 그 법칙을 발견하기까지의 쓰라린 실패들은 인간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수학의 아름다움이 '결과적 성공'에서 찾아지는 것이라면, 인간의 아름다움은 '과정의 실패' 속에서 찾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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