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은 왜 반말을 하는 겁니까?”
우리 집에는 무속을 공부하는 교수나 학생들이 자주 들락거린다. 관심 분야와 공부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초보’ 때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무당은 왜 손님에게 반말을 하는 겁니까?”
며칠 전에도 굿의 연희성(演戱性)을 공부하는 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희곡작가가 꿈인 이 학생은 TV드라마 대사를 화두로 삼았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할 말이 참 많다. 인기드라마 ‘왕꽃 선녀님’ 자문할 때도 작가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할 상황을 구분해 주었다.
손님 응대할 때나 개인적 사견을 이야기할 경우는 존댓말을 하는 게 당연하다. 무당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첫인상만 봐도 ‘뭐 하는 사람인지, 고민은 뭔지’ 등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무당의 개인적 경험에서 터득한 사견이지 신의 메시지는 아니다. 따라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간혹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카리스마가 있게 보이기 위해 반말을 하는데 잘못이다. 가끔 손님에게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반발을 쓰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반말은 공수 때 한다. 공수는 신의 영(靈)이 실린 메시지이기 때문에 무당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 나온다. 때로는 ‘이 놈’ ‘염병할 놈’ 등 욕설도 마구 튀어 나온다. 그래서 험한 말 때문에 손님과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TV드라마서 공수가 전부인 양 반말대사로 말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것 같다. 무당의 무(巫) 자를 분석해 보면 하늘의 신과 땅의 인간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무당의 본업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개자 혹은 신의 대리인인 셈이다.
따라서 신의 메시지 아닌 사견을 반말로 말하는 것은 월권이면 월권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의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 전하되 손님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이 등을 고려하여 높이거나 낮추면 된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힘 있는 말투가 아닌 신의 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나옴은 불문가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