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켈레톤에 샛별이 탄생했다.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윤성빈(20ㆍ한국체대)이 20년도 채 되지 않는 한국 스켈레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윤성빈은 7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1ㆍ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73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러시아의 안톤 바투예프(1분46초27)를 멀찍이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스켈레톤 선수가 대륙간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윤성빈이 최초이다. 이 대회는 월드컵보다 레벨이 한 단계 낮지만, 한국 선수들이 자주 출전하는 아메리카컵보다는 수준이 높다. 특히 6차 대회에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존 몽고메리(캐나다)와 2011~12시즌 월드컵 종합 순위 6위에 오른 알렉산더 가즈너(독일) 등 강자들이 총출동했다. 올림픽 포인트를 조금이라도 더 쌓으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윤성빈은 내로라 하는 A급 선수들 틈에서 당당히 우승했다.
윤성빈은 1, 2차 레이스에서 모두 4초59의 가장 빠른 출발 시간을 기록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까지도 단 한번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4초50대의 출발 시간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다는 월드컵에서도 자주 나오지 않는다. 1차 레이스에서 기록한 52초88, 2차 레이스에서 올린 52초85의 최종 기록도 빼어나다. 지금의 기록이라면 소치 올림픽에서 7~8위권에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의 선수 경력이다. 윤성빈은 썰매를 탄지 이제 겨우 1년 반밖에 안 됐다. 그는 신림고에 재학 중이던 2012년 여름, 체육 선생님의 눈에 띄어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다른 종목 선수 경험이 전혀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뛰어난 운동신경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은 “178㎝의 그리 크지 않은 키로 어렵지 않게 덩크슛을 내리 꽂던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좋은 순발력과 탄력을 갖춘 윤성빈은 이내 75㎏이던 체중을 87㎏까지 불렸다. 가벼운 썰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약점이던 스타트를 보완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웨이트트레이닝에 쏟아 부었다. 결국 3개월 간 피나는 노력을 한 윤성빈은 2012년 9월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스타트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꺾고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대표팀에 ‘뉴 에이스’가 등장한 셈이다.
윤성빈은 지난해 11월 아메리카컵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12월 대륙간컵에서는 두 차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다시 한 달 만에 치른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관계자는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선수는 외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이번 대회 우승으로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굳힌 윤성빈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켈레톤은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 루지와 같은 트랙에서 치른다. 남녀 각각 1인승으로만 경기를 하며 썰매에 엎드려 머리부터 내려온다는 점이 볼슬레이, 루지와 다르다. 이 때문에 썰매 3종목 가운데 가장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경기로 꼽히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커서 턱 보호대가 부착된 헬멧, 팔꿈치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경기 코스는 1,200∼1,500m이며 14개에서 19개까지 커브 구간이 있다. 커브를 도는 순간에는 가속도로 인해 4배에 가까운 중력을 받아 고개를 절대 들지 못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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